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골목골목 경청투어:국토종주편'에 나선 6일 전북 장수군 오옥마을을 찾아 국내 최연소 이장인 정민수 이장을 비롯한 주민 어르신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대법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 파기환송 이후에도 이른바 '대세론'을 유지하는 모양새다.
사법리스크 여파가 우려보다는 크지 않은 상황이지만, 민주당과 선거대책위원회는 물론 이 후보 본인마저 사법부에 대한 총공세에 나서고 있다.
이들은 단일화라는 또 다른 변수의 중심에 서 있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 또한 거세게 몰아붙이며 격차를 벌리는 효과를 노리고 있다.
3자 대결서도 '압도적' 이재명…사법리스크 '시들'
(왼쪽부터)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한덕수 무소속 대선 예비후보,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 연합뉴스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CBS노컷뉴스의 의뢰로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지난 4~5일 실시하고 6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 이재명 후보는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와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 무소속 한덕수 예비후보가 출마하는 대선 가상 대결에서 모두 과반의 압도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재명 후보는 네 후보가 모두 출마하는 가상대결에서는 51%의 지지율로 1위에 올랐다. 한 예비후보가 22.4%로 2위, 김 후보가 15.4%로 3위였다.
이 후보는 범보수 진영의 후보 단일화, 즉 김 후보와 한 예비후보 중 어느 후보로 단일화가 이뤄지더라도 여전히 과반 지지율로 선두를 달렸다. 이 후보는 김 후보로 단일화가 이뤄졌을 경우 50%, 한 예비후보로 단일화가 이뤄졌을 경우에는 50.6%의 지지율을 각각 기록하며 대세를 이어갔다.
이 후보의 독주 원인으로는 대법원의 이 후보를 향한 유죄 취지 판결에도 유권자들이 지지를 거둬들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 꼽힌다.
이번 여론조사에서는 대법원 판결이 대선 후보 선택에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한 조사도 함께 진행됐다. 응답자의 56.2%가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답한 반면,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응답은 41.3%로 상대적으로 적게 나타났다. KSOI 장형철 부소장은 "기존 지지 성향이 그대로 유지되거나 강화되며 큰 변수가 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경청투어서 "사법살인" 꺼내든 李…사법부 공세 필요성
다만 이 후보와 민주당은 이러한 '대세' 유지에도 사법부 견제를 계속하고 있다.
법제처장을 지냈던 민주당 이석연 공동선대위원장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번 대법원 판결은 주권자인 국민이 헌법을 통해 법관에게 부여한, 남을 심판할 수 있는 권한을 벗어난 판결"이라며 "사법부의 한계를 벗어난 위헌적인 정치재판"이라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선대위도 이날 첫 총괄본부장단 회의를 열고 사법부 공격에 가세했다. 윤호중 총괄본부장은 "법원이 인권의 최후 보루가 아니라 인신의 자유와 참정권 등 국민의 기본권을 위협하는 조직의 최종 보스가 된 듯하다"며 "조희대 대법원은 대선 불개입 의사를 명확히 밝히고, 공평한 선거운동을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당에게 관련 대응을 일임하겠다며 전국 각지로 경청 투어를 떠난 이 후보지만, 현장에서의 메시지는 사법부를 겨냥했다. 이날에는 충청과 전북 지역을 순회하며 전통시장과 마을입구 등을 찾았는데, 예고 없이 과거 조봉암의 진보당 사건과 김대중 전 대통령 내란음모죄 사건을 거론했다.
메시지의 방점은 '사법 살인'이었다. 그는 "조봉암은 농지개혁으로 대한민국의 새로운 경제 체제를 만들었다. 그 훌륭한 정치인이 사법 살인됐다", "김대중은 왜 아무런 한 일도 없이 내란음모죄로 사형 선고를 받았느냐"고 말했다.
사법부의 그릇된 판단이 훌륭한 정치인을 사지로 몰았던 사건을 회상시키며, 자신을 향한 대법원의 판단 또한 유사한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고 비판한 것이다.
이 같은 행보에 대해 당 안팎에서는 지지층을 결집시켜 사법부의 추가적인 움직임에 제동을 걸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파기환송심 재판부인 서울고등법원이 소환장 송달 등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것이 새로운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아울러 대세론이 여전하더라도, 이를 유지시키는 동시에 지지층에게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기 위해서는 일정 부분 사법부 공세가 필요하다는 주장 또한 제기되고 있다. 사법리스크를 신중하게 바라보며 지지 후보 교체를 고민하고 있는 41.3%의 응답자를 고려하면 강한 메시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다만 이 같은 행보가 사법부 핍박으로 비춰지는 데 대해서는 조심하는 모습이다. 대세가 자칫 오만으로 여겨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석연 위원장은 "대법원장이 위헌적인 판결을 끄집어낸 것에 대해 책임져야 할 상황이라, 당에서 탄핵을 꺼내는 것도 일리가 있다고 본다"면서도 "'탄핵 사유가 될 수 있다는 것'과 '탄핵해야 한다는 것'은 다르다. 개인적으로 탄핵은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덕수'로 옮겨간 공세의 무게중심…단일화 내홍 등 겨냥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왼쪽)와 무소속 한덕수 대선 예비후보가 5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봉축법요식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이 후보는 이번 대선의 또 하나의 변수인 단일화와 관련해서는 공격의 중심을 김문수 후보가 아닌 한덕수 예비후보로 옮기고 있다. 김 후보보다 한 예비후보의 지지율이 높게 나오면서 견제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CBS-KSOI 여론조사의 3자 가상대결 결과 단일화 후보가 한 예비후보일 때는 지지율이 36.2%로, 김 후보일 때의 33.1%보다 오차범위 내에서 더 높게 나타났다.
보수 단일 후보 적합도 조사에서도 한 예비후보가 30.3%로 22.3%인 김 후보에 앞섰는데, 대상을 국민의힘 지지층과 무당층으로만 좁혔을 경우에는 한 예비후보 56.4%, 김 후보 30%로 격차가 더 크게 벌어졌다.
이 후보는 이날 페이스북에 "이번 대선이 국힘 후보와 경쟁인 줄 알았는데, 국힘 후보는 어디 가고 난데없이 대한민국 거대 기득권과 싸우고 있다"고 적었다.
그는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선거는 특정한 정치 집단이 후보를 내고 후보에 대해 선택권을 행사하는 정치 세력 간의 경쟁인데, 이상하게 변했다"며 "제가 경쟁해야 할 주요 진영은 후보를 뽑자마자 다른 후보를 영입하기 위해서 싸우는 것 같다"고 답했다.
이는 국민의힘의 무게 중심이 한 예비후보로 향하고 있고, 그런 흐름 속에 이 후보도 자연스레 한 예비후보와 경쟁하게 됐다는 표현으로 읽힌다. 한 예비후보 견제는 현재진행형인 단일화 관련 국민의힘의 내홍을 부추기는 부수적 효과도 노릴 수 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국민의힘 내에서 한 예비후보를 둘러싸고 일어나는 일들이 워낙 비상식적이라고 판단되기 때문"이라며 "그의 뒤에 누군가가 있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
이 후보를 반대하는 세력이 세우고자 하는 최종 후보가 한 예비후보라면 그에 대한 견제 필요성 또한 커질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인용된 여론조사는… |
무선 자동응답(ARS) 100% 방식으로 이뤄졌다. 전국적 대표성을 높이기 위해 무작위 생성 전화번호(RDD)가 아닌, 통신사 제공 가상(안심)번호를 활용했다. 응답률은 7.0%이고,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다. 표본은 3월 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 기준에 따라 성·연령·지역별 가중치를 부여(셀가중)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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