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7일 저녁 첫 '단일화 회동'을 앞둔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 측 간의 신경전이 고조되고 있다. 김 후보 측은 전직 의원 200여 명의 지지 선언을 내세워 세 과시에 나섰고, 한 후보 측은 '87체제'를 닫을 개헌을 현실화할 인물은 한 후보뿐이라며 김 후보 측을 압박하는 모양새다.
金 지지 前의원들 "지도부, 사실상 후보 교체 압박"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대하빌딩 소재 김 후보 캠프에서는 원유철·이인제·정갑윤 등 전직 국회의원 210 명이 '국민과 국민의힘 당원에게 올리는 성명서'를 낭독하며 김 후보에 대한 지지를 천명했다.
이들은 "5·3 전당대회를 거쳐 국민과 당원들의 열화 같은 지지를 얻어 김 후보가 국민의힘의 합법적이고 정당한 대통령 후보로 선출됐다. 동시에 국민의힘 당무우선권자가 됐다"며 "그러나, 기쁨도 잠시, 지금 당 지도부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소위 '쌍권'(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권성동 원내대표)을 비롯한 현 지도부가 김 후보 측의 선거운동을 일체 지원하지 않고 있을 뿐 아니라,
당무우선권 불인정에 더해 사실상 '후보 교체'를 압박하고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를 지지하는 송영선 전 의원 등 전직 국회의원들이 7일 서울 여의도 후보 캠프에서 원칙에 따른 공정한 단일화 과정을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전직 의원들은 "가장 납득이 안 되는 것은 당 지도부가 후보 당선일, 후보를 찾아와 한덕수 후보와의 즉각적인 단일화를 요구한 것"이라며
"이것은 말이 좋아 단일화지, 김 후보에게 후보를 양보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당의 어처구니없고 부당한 처사와 행동에 대해 김 후보를 지지하는 우리는 심한 유감과 분노를 느낀다"며 당 지도부 측에 2가지를 요구했다. △김 후보가 공식적으로 국민의힘 대선 후보란 사실에 상응하는 예우·권한을 인정할 것 △물리적·비합법적 방법을 동원해 당 후보를 교체(김문수→한덕수)하려는 행동을 삼갈 것 등이다.
이들은 또 김 후보의 단일화 의지를 의심해 온 당을 향해 "후보는 경선기간 동안 누구보다 앞서서 강한 단일화 의지를 보여 왔다. 정직과 원칙에 충실한 김 후보는 당의 승리를 위해 반드시 자신의 약속을 지킬 것"이라면서도
"단일화 효과의 극대화를 위해 전략과 시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당이 구성한 중앙선대위 단일화추진본부를 향해서는
한 후보에 대한 '핀셋 검증'을 요구했다. 50년 넘게 공직생활을 해온 한 후보라 해도 단일화 국면에서는 그의 정치성향, 보수우파로서의 당성(黨性), 한 후보가 주장해온 개헌 내용에 대한 국민적 검증이 필수적이라는 취지다.
아울러 김 후보가 밀고 있는
'반(反)이재명 빅텐트'에는 한 후보 외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이낙연 전 국무총리 등이 다 포함된다며, 이들을 아우르는 '원샷 경선'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날 이후 단일화 추진 로드맵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김 후보와 한 후보, 두 당사자에게 맡겨야 된다고 덧붙였다. '경선 없는 바통터치'를 위한 지도부의 개입은 수용 불가라는 입장도 밝혔다.
김 후보 측 관계자는 "이렇게까지 (선거)시간이 촉박하면 (당) 밖에서라도 캠프를 만들었어야 했다. 하다못해 '윤 어게인(Yoon Again)'을 외치는 청년들도 정당을 만들려 하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한 후보 측이 얘기하는 '개헌 빅텐트'는 '반명(反明) 빅텐트'와는 완전히 다른 개념"이라며 "두 후보가 관련 토론을 할 시간을 당원들에게 충분히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덕수 측, 金 '경선 공약'+'개헌 연대'로 공격
한덕수 무소속 대선 예비후보가 7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서울외신기자클럽 초청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반면 한 후보 측은
김 후보가 경선 과정에서 '김덕수'(김문수+한덕수) 캠페인을 통해 본선행 티켓을 거머쥐었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있다.
한덕수캠프 이정현 대변인(前새누리당 대표)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단일화 관련 상호 약속이 있었느냐는 진행자의 질의에 "온 국민이 지켜봤고 모든 당원들이 지켜봤다"고 답변했다.
그는 "네 후보가 단일화 말씀들을 경선 내내 하셨고, 특히 김 후보께서는 '김덕수'라고 표현을 해가면서 후보로 당선이 되면 즉시 단일화를 하겠다고 (했다)"며
"국민과 당원 앞에 공개적으로 수차례 했던 약속이기에 후보가 된 뒤 바로 진행됐었어야 되는데 지금 많이 늦춰지고 있어서 안타깝다"고 부연했다.
한덕수캠프의 다른 관계자는 국민의힘이 이날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전 당원을 대상으로 실시 중인 단일화 찬반 조사를 두고 "결과는 (한 후보에게 유리한 쪽으로) 압도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변에서도 단일화를 상정했기에 (경선에서) 김 후보를 찍었다는 사람(당원)이 많다. 본선 경쟁력이 더 위일 것으로 보였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 한동훈 전 대표 등을 찍지 않은 것은 그들이 단일화에 (상대적으로) 부정적이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동시에 한 후보 측이 내세우는 무기는 '개헌'이다.이 대변인은 이날 캠프 사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의 정치 혼란·갈등이 도를 넘은 것엔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그 중 하나가 승자독식의 '6공 헌법'"이라며 "이 체제를 그대로 하자는 사람이 훨씬 많지만, (한 후보는) 고치자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의 대화와 연대를 줄곧 얘기해 왔다"고 언급했다.
특히 이낙연 전 총리, 손학규 전 바른미래당 대표 등 국정경험이 풍부한 이들과의 접점을 모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개헌이란 의제는 그다지 새롭지 않지만, 한 후보의 경우 실현 가능성 측면에도 방점을 두고 있단 점을 부각한 것이다.
한편, 한 후보는 이날
'1호 공약'으로 부총리급 AI혁신전략부 신설을 골자로 한 과학기술 분야 정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산업, R&D(연구개발), 인재 양성 등 각 부처에 산재된 AI 관련 기능을 통합해 역량을 최대치로 제고하겠다는 취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