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1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연합뉴스이재명 정부 내각의 첫 장관 하마평에 여당 현역 의원 다수가 포진해 있다. 실제로 이들 의원 다수가 장관직을 겸직할 경우 한국 정치의 고질적 병폐로 지적되는 제왕적 대통령제를 강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통령실은 오는 16일까지 '국민 추천제'를 진행하며 장∙차관 후보자에 대한 국민 추천을 받고 있다. 이와 별개로 정치권에서 돌고 있는 장관 하마평에는 다수의 여당 현역 의원 이름들도 거론되고 있다.
조직 개편이 예고된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로 김태년, 김영진, 윤호중 등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를 오래 출입한 더불어민주당 중진 의원들이 거론된다. 산업부 장관에는 당내에서 경제통으로 평가받는 이언주 의원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대통령 1호 명령, 비상경제점검 태스크포스(TF) 회의'에 참석하며 김범석 기획재정부 장관 직무대행 1차관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국방부 장관 후보군에는 5선의 안규백 의원이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지난 20대 국회에서 국회 국방위원장으로 활동한 대표적인 국방통이다. 통일부 장관에는 정동영 의원, 국토부 장관엔 문진석, 윤후덕, 맹성규 의원 등이 언급되고 있다.
해양수산부 장관으로는 차기 부산시장 선거 출마설이 도는 전재수 의원,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해식 의원, 환경부 장관은 당 원내대표 선거 출마설이 돌았다가 불출마를 선언한 김성환 의원 등이 각각 하마평에 이름을 올렸다.
국회법 29조 1항은 국회의원이 국무총리 또는 국회의원의 직을 겸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실제로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는 총리직 지명 이후에도 의원직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가 5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 의원 신분으로 참석해 의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대통령실 강유정 대변인은 비례대표 의원으로서 의원직을 사퇴했지만, 이 역시 그간의 관례를 따른 것일 뿐 비례대표 의원은 반드시 사퇴해야 한다는 규정은 별도로 존재하지 않는다.
관료∙교수 출신 등도 함께 하마평에 거론되는 만큼 실제 장관으로 지명되는 의원 수는 예상보다 적을 수 있지만, 국회의원의 장관 겸직 문제는 정치권 안팎에서 꾸준히 제기돼온 논란거리다.
19대 국회에서는 국회의원이 국무총리 또는 국무위원 등을 겸직하는 경우 입법 활동에 제한을 두도록 하는 취지의 국회법 일부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임기 만료 폐기됐다. 해당 법안에서 언급된 제한 활동은 국회 본회의에서의 의결권 행사, 상임위원회 등에서의 활동 등이다.
법안의 대표 발의자인 유승희 당시 의원은 겸직 제도에 대해 "삼권분립이라는 우리 헌법 정신이 미치지 못하는 사각지대를 형성하게 해 행정부를 견제해야 할 국회의 권한을 근본적으로 훼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 의원은 해외 사례도 언급했는데, 대통령제 국가인 미국은 의원의 국무위원 겸직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며, 혼합형 대통령제를 채택한 프랑스에서는 의원이 장관을 겸직할 경우 의원 활동을 일시적으로 제한하는 규정을 둔다고 설명했다.
이번 대선에서도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장관 겸직 금지의 필요성이 재차 제기됐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지난달 27일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의원 국무위원 겸직 금지에 대한 각 정당의 대선 후보들의 답변을 발표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1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당시 경실련이 공개한 '분야별 정책 질의 결과'를 보면, 이 대통령은 "현행 헌법의 내각제적 요소가 오히려 제왕적 대통령제를 강화하는 기능을 해왔다는 점에서 내각제적 요소 삭제가 필요하다"고 겸직 금지에 대한 찬성 입장을 밝혔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제왕적 대통령제 강화를 우려하며, 국회의원 장관 겸직 규정에 대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진단이 나온다.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장영수 교수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우리나라의 의원내각제적 요소들은 대부분 대통령 권한을 견제하기 보다 오히려 강화시키는 역할을 해왔다"며 "대통령제를 유지한다면 미국 방식처럼 겸직을 금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한상희 교수는 "대통령의 권한이 세고 국회가 제 기능을 한 적이 별로 없다 보니 우리나라의 정치 현실에서 좋지 않은 제도인 건 사실"이라며 "완전 겸직 금지보다 국회가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절차적인 통제를 마련했으면 좋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