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광주 여고생 피살 장윤기 사건'이 더불어민주당의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 드라이브에 변수가 될지 주목된다. 여당 지도부는 이번 주 형사소송법 개정안 발의를 예고하며 "확고부동한 원칙"이라고 강조했지만, 내부에선 보완수사의 효용을 무시할 수 없다는 신중론도 흘러나온다. 오는 10월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 출범과 8·17 전당대회를 앞두고, 검찰개혁 입법의 속도와 수위를 둘러싼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
'장윤기 사건' 여파 與 속도전 속 신중론…野 총공세
민주당 지도부는 '보완수사권 완전 폐지'와 '형사소송법 개정안 논의 속도' 원칙을 일단 재확인한 상황이다. 한병도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7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보완수사권 완전 폐지는 민주당의 확고부동한 원칙이며 당내 이견이 없다"며 "이번 주 내 형사소송법 개정안 발의를 목표로 밀도 높고 내실 있는 논의에 속도를 높이겠다"고 했다. 김한규 원내정책수석부대표도 "검찰의 보완수사권은 폐지하고 그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경찰 수사에 대한 견제와 피해자 보호 방안을 담을 것"이라고 밝혔다.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서영교 의원은 이날 KBS라디오 '전격시사'에서 8·17 전당대회 전 관련 입법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서 의원은 "바로 이번 주부터 소위로 넘겨 소위가 활동한다면, 아주 할 수 있는 한 빠르게 (처리를) 할 예정"이라고 했다. 여당 내에선 보완수사권을 폐지하되 보완수사 요구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정안 얼개가 잡혔다는 얘기도 나온다.
다만 '이견이 없다'는 지도부 설명과 달리 당내에선 우려의 시각도 제기되는 모습이다. 특히 '장윤기 사건'이 논의의 변수가 될 조짐이 감지된다. 검찰의 보완수사가 사건의 실체를 밝혀냈고 여론의 파장이 큰 상황에서 보완수사권 폐지를 예정대로 밀어붙이기엔 부담이 크다는 기류다.
경찰은 당초 장씨를 살인 등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은 보완수사 과정에서 성범죄 정황을 추가로 확인해 강간 등 살인 혐의를 적용했다. 여기에 현직 경찰 간부인 장씨 부친이 리얼돌 등 핵심 증거 폐기한 정황이 드러났다. 사건 담당 수사팀장도 일부 증거를 인멸한 혐의로 긴급체포된 상황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보완수사가 필요하단 인식은 있어도 당 차원에서 폐지가 명확해진 상황에서 공개적 의견을 내긴 쉽지 않다"며 "곧 열릴 법사위 소위에서 누군가는 보완수사 필요성에 대해 입을 열지 않겠느냐"고 밝혔다.
대외적 의견 표명을 자제하면서도 내부 논의를 벌이는 모습도 엿보인다. 최근 민주당 의원들이 참여한 단체 대화방에서는 일부 의원이 보완수사권 폐지의 부작용을 우려하며 조건부 예외나 보완 장치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은 장윤기 사건을 고리로 보완수사권 폐지 논의 중단을 요구하고 나섰다. 정점식 원내대표는 "단순히 부실 수사가 아니라 경찰의 삐뚤어진 내부 유착 문제가 더해진 고의적 범죄 은폐 사건"이라며 "검찰의 보완수사가 아니었다면 사건의 진상이 영영 은폐되었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최보윤 수석대변인도 "보완수사권을 폐지하면 제2·제3의 장윤기 사건이 터질 것"이라고 밝혔다.
당권 주자들 간 여전한 신경전…당내 물밑 논쟁 지속될 듯
더불어민주당 당권 주자인 김민석 전 총리(왼쪽)와 정청래 전 대표. 연합뉴스보완수사권 폐지와 관련 여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 주자들 간 입장이 같아지면서 쟁점은 다소 희석됐지만, 신경전은 여전한 양상이다.
김민석 전 국무총리는 이날 오전 KBS 라디오 '전격시사'에 출연해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해 "현재로선 수사·기소 분리에 입각해 일단 폐지하는 쪽으로 정리해놓고 여러가지 보완책을 찾는 것이 큰 흐름으로 볼 때 검찰개혁의 과제를 풀어나가는 데 불가피성이 있다"고 밝혔다.
정청래 전 대표는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내세우며 "지금 당장, 제헌절 전에 끝내자"고 제안했다. 송영길 의원은 "보완수사권을 정치 무기화할 문제는 아니다"라며 "전당대회 국면에 정부를 상대로 싸움하듯 쟁점화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이러한 설왕설래는 당분간 당내에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친명계 홍기원 의원은 최근 페이스북에 "피해자 보호와, 수사권을 사실상 독점하게 된 경찰권력 견제를 위해 최소한의 보완수사권은 필요하다는 입장이 맞서고 있다"며 "일단 완전 폐지하고 부작용이 있다면 그때 되살리면 된다는 주장도 있지만, 국정에 무한 책임을 지는 정부와 여당 국회의원으로서는 신중해야 할 일"이라고 했다.
반면 이번 사건이 경찰 단계에서의 이해관계 문제일 뿐, 보완수사 요구로도 충분하다는 견해도 있다. 한 민주당 의원은 "해당 사건은 경찰이 친척 등 이해관계 있는 사람의 사건을 맡게 한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기피·회피·제척 같은 절차를 논의하는 게 맞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건도 수사 자료에서 리얼돌 같은 게 왜 빠졌는지 의문을 제기해 찾아낸 것"이라며 "보완수사가 아니라 보완수사 요구로도 충분히 찾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결국 민주당은 검찰개혁의 완결성과 형사사법 절차의 안정성을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모습이다. 향후 형소법 개정 논의는 보완수사권의 존폐와 함께, 폐지 이후 견제 장치와 예외 규정을 어디까지 둘지를 둘러싼 당내 조율로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