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신임 총재. 윤창원 기자이창용 한국은행 신임 총재가 21일 취임식을 갖고 공식 업무에 돌입했다. 이 총재는 최근 국제 정세에 따른 국내 통화 정책의 어려움을 언급하며 균형 있는 정책 운용을 강조했다. 장기적으로는 통화·금융 정책을 넘어 우리 경제의 올바른 방향에 대해 해결책을 제시하는데 한국은행이 힘을 보태야 한다고 진단했다.
새로 취임한 이창용 총재 앞에 물가상승·가계부채 등 당면과제 산적
황진환 기자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장기화 등으로 국제 유가가 오르고 공산품 가격을 밀어올리며 소비자물가가 10년만에 4%를 웃돌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최대치로 불어난 가계부채 관리와 물가 상승으로 인한 경기 하방 압력 등도 신임 총재를 기다리고 있는 당면과제다.
이 총재는 이날 취임사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와 미 연준의 예상보다 빠른 통화정책 정상화, 그리고 오미크론 변이 확산에 따른 중국의 경기둔화 가능성 등이 통화정책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인플레이션 압력이 한층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경기 회복세가 기존 전망보다는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성장과 물가 간 상충관계(trade-off)가 통화정책 운용을 더욱 제약하고 있는 상황이기에 정교하게 균형을 잡아가며 정책을 운용해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3월 생산자물가지수 5년 2개월 만에 최고. 연합뉴스앞서 한은 발표에 따르면, 3월 생산자물가지수는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며, 4월 소비자물가의 4%대 상승을 예고했다. 소비자의 물가 흐름 전망을 반영한 '기대인플레이션율'도 지난달 2.9%로 3%에 육박했다. 이와 관련해 이 총재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물가 상승 국면이 적어도 1~2년 계속될 것"이라며 "물가 상승 심리(기대인플레이션)가 올라가고 있어 인기는 없더라도 (기준금리 인상으로) 시그널(신호)을 줘서 물가가 더 크게 오르지 않도록 전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총재는 취임사를 통해 아울러 빠르게 늘어난 가계와 정부 부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부채의 지속적인 확대가 자칫 거품붕괴로 이어질 경우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초래한다는 점을 우리는 과거 경험으로부터 알고 있다"면서 부채 문제 연착륙을 강조했다.
청문회에서도 그는 금리 인상을 통해 가계부채를 관리해 나갈 것임을 시사했다. 그는 "한은이 기준금리를 (작년 8월 이후) 네 차례 올렸는데, 지난해 12월 이후 가계대출이 약간 줄어드는 모습을 보이다가 정체 상태다.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금리가 올라가면, 고통스럽지만 시차를 두고 가계부채 상승률은 꺾일 것으로 믿는다"고 설명했다.
"한국 경제는 대전환 기로…통화정책 넘어 당면한 문제 연구해야"
이창용 한국은행 신임 총재. 윤창원 기자이날 취임사에서 이 총재는 "한국 경제가 대전환의 기로에 있다"며 장기적인 시각도 강조했다. 그는 코로나 위기 이후 디지털 경제로 전환, 세계화 후퇴 등 뉴노멀 전환 과정에서 국제 정세가 더욱 복잡해질 것이라며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가 성장과 침체의 양갈래 길에 놓였다고 봤다.
그는 우리 경제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통화정책 뿐 아니라 재정적책과 구조개혁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한국은행도 통화‧금융 정책을 넘어 당면한 문제를 연구하여 우리 경제의 올바른 방향에 대해 해결책을 제시하는 데 힘을 보태야 한다"며 역할 확대를 주문했다.
이를 위해 이 총재는 한국경제에 대해 각 개인의 전문성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또 한은 외부와의 소통도 강조했다. 그는 "(정부와) 소통한다고 독립성이 저해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오히려 시대적 과제를 풀어나가기 위해 정부와, 시장과, 또 민간기관과 건설적 대화가 반드시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디지털·친환경 경제로의 전환 속에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국제사회에 발맞춰 나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얼마 전 코로나로 인해 건강 상 큰 어려움을 겪었다"면서 "한국은행 총재직은 제게 주어진 두번째 삶을 의미있게 사용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라 생각한다. 중요한 시기에 중책을 맡아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지만, 국가와 한국은행의 발전을 위해 봉사할 수 있게 된 것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모두 원팀(one team)이 되어 훗날 지금을 되돌아 보며 한국은행이 한국경제를 전환점에서 올바른 길로 이끌었다는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자"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