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와 통화하면서 한국이 부담을 느끼는 무역수지와 방위비 분담금 등 조건을 쏟아내며 관세 협상의 압박 수위를 높였다. 동시에 교역국과의 협상에서 대미 흑자를 내는 한국과 일본 등 동맹국을 우선시하겠다고 했다. 우리 정부는 "관세율 조정이 최우선 목표"라며 패키지 협상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9일 국무총리실에 따르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와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오후 9시쯤 약 28분간 통화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모든 나라에 최소 10%의 관세를 부과하는 상호관세 조치를 발표하며, 한국에는 25%의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통화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방금 한국 대통령 권한대행과 훌륭한 통화를 했다"며 "거대하고 지속 불가능한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 관세, 조선, 미국산 LNG의 대규모 구매, 알래스카 파이프라인 합작투자, 그리고 우리가 한국에 제공하는 막대한 군사 보호에 대한 지불에 대해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눈에 띄는 대목은 '막대한 군사 보호에 대한 지불' 언급으로, 한미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 재협상 의지를 명확히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한국)은 내 첫 임기 때부터 수십억 달러의 군사적 비용을 지불하기 시작했지만, 졸고 있는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은 알 수 없는 이유로 그 계약을 종료했다"며 "그것은 모두에게 충격적인 일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어쨌든, 우리는 양국 모두에게 훌륭한 거래의 가능성과 여건을 가지고 있다"고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사실과 다르다. 트럼프 대통령 집권 1기 당시 진행된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는 증액 규모를 두고 한미 간 이견을 좁히지 못했고, 2021년 정권이 교체되면서 대규모 증액은 이뤄지지 않았다. 다만 이번 관세 협상에서 방위비 분담금 문제가 주요 의제로 다뤄질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우리는 무역과 관세에 포함되지 않은 다른 주제로도 협상하고 있다"며 "'원스톱 쇼핑'은 아름답고 효율적인 과정"이라고 밝혔다. 조선(造船),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구매, 알래스카 가스관 합작 사업, 방위비 분담금 등을 하나의 패키지로 묶어 관세 협상과 함께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총리실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방위비 문제만 떼서 하는 딜(협상)은 아니다"라며 "관세율이 문제이기에 관세율 조정이 (미국과의 협상에서) 최우선 목표"라고 밝혔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원스톱'은 협상을 패키지로 빠르게 진행하겠다는 의미로 이해했다"며 "관세뿐 아니라 비관세 장벽, LNG 프로젝트 등 복잡한 사안들이 얽혀 있어 협상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구체적인 방위비 증액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다.
한편, 미국은 대미 무역 흑자를 기록 중인 한국과 일본 등 동맹국들과의 협상을 우선하겠다는 방침이다.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미국의 가장 가까운 동맹이자 주요 무역 파트너인 한국과 일본을 협상 우선 대상으로 지시했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이날 미국을 방문한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 당국자들을 만나 관세를 낮추기 위한 협의를 시작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