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과 회동을 마친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16일 오후 서울시청에서 오 시장의 배웅을 받으며 시장실을 나서고 있다. 황진환 기자국민의힘 경선 상위권 후보들이 일제히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러브콜을 보내면서 '오심(吳心)'의 향배에 관심이 쏠린다.
오 시장과 함께 '반탄(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진영'에 서있는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와 안철수 의원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당장 '4등 싸움'에도 영향이 미칠 것으로 보인다.
오 시장은 15일부터 16일 이틀간 국민의힘 주요 주자들과 연달아 회동했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을 시작으로,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 나경원 의원, 안철수 의원, 유정복 인천시장과 식사를 하거나 티타임을 가졌다. 사실상 한 전 대표를 제외하면 1차 서류 심사를 통과한 후보 대부분이 오 시장과 만난 셈이다.
오 시장과 만난 후보마다 그의 중도 확장성과 수도권 조직을 노리고 핵심 어젠다였던 '약자와의 동행' 등을 공약에 반영하겠다고 약속하는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김 전 장관은 "서울시의 훌륭한 정책을 오늘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어서 저도 매우 안심"이라고 했고, 나 의원도 "저는 시장님 디딤돌 소득은 꼭 제가 (공약에) 쓰겠다. 약자 동행지수도 꼭 참조해서 쓰겠다"고 강조했다.
탄핵에 찬성해 온 안 의원은 오 시장과 같은 입장이었다는 점을 부각했다. 그는 "오 시장의 첫 말씀은 '저와 정치적 스탠스가 가장 비슷하다'였다"며 "'약자 동행 지수'는 제 공약인 '안심 복지'와 굉장히 유사하다. 이런 것들을 녹여서 실행에 옮길 수 있다"고 말했다.
회동 마친 김문수 전 장관-오세훈 시장. 연합뉴스김 전 장관과 홍 전 시장, 한 전 대표가 상위권을 이미 형성한 가운데 나 의원과 안 의원은 컷오프 통과를 위한 4등 자리를 놓고 한 표가 아쉬운 상황이다. 서울에 기반을 둔 오 시장의 조직이 탐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상위권 주자측 관계자는 이에 대해 "경쟁자가 만난다고 하니 우리만 안 만나기도 어렵다"며 "또 중도 보수 후보가 아니어서 표를 그대로 흡수하진 못하더라도 오 시장이 중도층에 소구력이 있으니 본선까지 염두에 두고 만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화하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전 대구시장. 연합뉴스
다만 오 시장으로서는 자신의 존재감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특정 후보를 드러내놓고 지지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내년 지방선거 등 향후 일정을 감안해 정치적 입지도 넓혀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오 시장은 찾아온 후보들에게 공통적으로 자신의 철학과 정책이 담긴 USB와 책자를 선물하기도 했다.
오 시장의 표(票)는 상위권 후보들에게 분산되면서도 중도 보수를 표방하는 한 전 대표가 자연스레 흡수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민의힘 한 중진의원은 "다들 자신의 정책을 계승하겠다고 하는 마당에 오 시장이 특정 후보 지지 선언을 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오 시장과 비슷한 계열의 후보 중 탑독(top dog)에게 지지세가 쏠리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