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가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선거캠프에서 기자회견 후 중앙당사에 마련된 대통령후보실로 들어서고 있다. 황진환 기자국민의힘이 10일 새벽 전격적으로 대선 후보를 교체한 이후 당내 반발이 거세지는 가운데 김문수 대선후보가 법원에 제출한 가처분 심문기일에 직접 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후보 캠프는 이날 공지를 통해 "김 후보가 오늘 오후 5시에 대통령 후보 선출 취소 효력정지 가처분 심문을 위해 서울남부지법에 출석 예정"이라고 했다.
김 후보 측은 이번 교체 절차가 당헌과 공직선거법 모두를 위반한 '정치 쿠데타'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는 이날 오후 5시 김문수 후보가 당을 상대로 제기한 대통령 후보자 선출 취소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심문기일을 연다. 주말 오후라는 이례적 시간대에 열리는 이번 심문은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국민의힘은 이날 새벽 비상대책위원회와 선거관리위원회를 잇따라 소집해 김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한덕수 후보 단독 입후보 공고를 게시한 뒤 새벽 3시부터 한 시간 동안 후보 등록을 받았다. 실질적으로 김 후보를 배제하고 한 후보를 대선 후보로 단독 등록한 것이다.
김 후보는 이날 오전 여의도 캠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과 당원의 선택을 받아 정당하게 선출된 저를 아무 권한도 없는 비대위가 새벽에 불법적으로 자격을 박탈했다"며 "정당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행위이며, 법적·정치적 조치를 즉각 취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후보 교체 저지를 위한 가처분 신청은 이번이 세 번째로, 앞서 2개의 가처분 신청들은 모두 기각됐다.
김문수 승리캠프 최인호 상근부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한덕수 후보는 마치 새벽 공고를 예측한 듯 32건의 등록 서류를 준비해 기다리고 있었으며, 이는 공직선거법상 후보자 등록기간 내 당적 변경 금지 조항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유권자를 기만하는 대국민 단일화 사기극이며 모든 법적 수단을 강구해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9일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가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 중 권영세 비대위원장의 발언 후 의총장을 떠나고 있다. 황진환 기자이같은 당 지도부의 강행에 대해 당내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경선 주자였던 한동훈 전 대표는 "북한도 이렇게는 안 한다"며 "친윤들이 새벽 3시 날치기로 단독 입후보를 밀어붙였다"고 비판했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두 X이 한밤중 후보 약탈 교체로 파이널 자폭을 했다"며 원색적 비난을 쏟아냈고, 안철수 의원도 "기습 쿠데타 같은 막장극"이라고 규탄했다. 나경원 의원은 "비정상적 후보 교체를 선관위에 등록해선 안 된다"며 강하게 반대 의사를 드러냈다.
비주류뿐 아니라 지도부 내 일부 현역 의원들도 반기를 들었다.
박정하 의원은 "이런 과정을 거친 후보의 선거를 지휘할 자신이 없다"며 도당위원장직 사퇴를 선언했고, 배현진 의원은 "심야 빈집털이"라고 비판했다. 조경태 의원은 "대국민 사기극"이라며 한 후보의 자진 사퇴를 촉구했고, 한지아 의원은 "지도부는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텔레그램 당내 의원 단체방에서도 격한 반응이 이어졌다.
정성국 의원은 "총장 입맛에 맞는 평론가 글을 공유할 이유가 없다"고 쏘아붙였고, 배현진 의원도 "납득되지 않는다"고 반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무성 전 대표 역시 "절차 자체가 비민주적"이라며 지도부 결정을 비판했다.
당 사무총장 겸 선관위원장인 이양수 의원은 후보 교체 결정의 배경에 대해 "의총 결의에 따라 역선택 방지 조항 없이 여론조사를 진행하면 표심 왜곡이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나경원 의원은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도 동일한 조사 방식이 사용됐다"며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후보 측은 향후 헌법소원, 선관위 제소, 형사고발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자칫 보수당의 대선 레이스가 법정 공방으로까지 번지며 본선거가 펼쳐지기도 전에 내분이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