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국민의힘 김문수·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13일 일제히 대구·경북(TK) 민심 쟁탈전에 나섰다. 주요 후보가 모두 TK로 발걸음을 향하면서 보수 민심에 작은 균열이라도 생기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과 우려가 교차한다.
텃밭 사수에 사활 건 김문수…단일화 내홍 여전
대구=황진환 기자김 후보는 공식 선거 운동이 개시한 첫날(12일)부터 TK를 찾았다. 이튿날에도 경북권에 머물며 텃밭 민심 사수에 사활을 거는 모습이다.
국민의힘 후보지만 정작 텃밭인 TK에서 지지율이 지지부진한 데서 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결과다. 2022년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가 선거 운동 첫날 서울부터 부산까지 경부선 라인을 따라 주요 거점별 유세에 나선 것과도 비교되는 행보다.
한국갤럽이 지난 4월1주부터 5월 2주까지 대구·경북 지역 유권자에게 물은 결과를 종합하면, 김 후보의 TK 지지율은 계속 이재명 대표에 뒤지고 있다(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홍준표 전 대구시장에게로 TK 표심이 나뉘었던 탓도 있지만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김 후보가 텃밭 민심을 사로잡지 못한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는 '박정희 마케팅'을 펼쳤다. 그는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찾아 "박 전 대통령 묘소에 가서 '당신의 무덤에 침을 뱉던 제가 당신의 무덤에 꽃을 바친다'라고 참회했다"며 "박 전 대통령은 위대한 세계적인 지도자로, 가난을 없애고 세계 최강의 제조, 산업혁명을 이룬 위대한 대통령, 대구·경북이 낳은 인물"이라고 추켜세웠다.
하지만 민심은 다소 싸늘하다. 대구 지역 한 택시 기사는 CBS노컷뉴스 기자와 만나 "어르신들은 이번에 아예 투표를 안 하신다는 경우가 많다"며 "김문수는 찍기 싫고, 이재명은 찍으면 안 되고, 이준석은 너무 가볍다는 이야기가 많다"고 말했다.
김 후보의 경북내 지지율이 당 지지율을 밑도는 것도 부담이다.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당에 대한 지지세가 서서히 결집하고 있는 흐름과는 반대로 김 후보에 대한 당심(黨心)은 아직까지 모아지지 않는다는 반응들이 여전하다.
국민의힘 한 초선의원은 "TK에 지역구를 둔 의원들이 소위 '열심히 뛰고 있느냐'는 말이 나온다"며 "게다가 최대 경쟁자나 마찬가지였던 한 전 대행의 TK 지지율이 높았던 만큼 후폭풍도 크다"고 진단했다.
현장에서는 단일화에 따른 내홍으로 김 후보가 선거 운동에 늦게 돌입한 부작용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기도 했다. 김 후보가 찾은 대구·울산·부산내 인구 밀도가 높은 곳에 1번과 4번 현수막은 걸려있는 반면, 2번 현수막은 상대적으로 눈에 띄지 않았다.
본진 넘보는 이준석…'대체재' 노린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 윤창원 기자김 후보가 주춤하는 사이 범(凡)보수 진영의 또다른 주자인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는 본진을 넘보고 있다.
이 후보는 13일 대구에 '올인'하는 행보를 이어갔다. 김 후보가 같은날 경북권을 옮겨다닌 것과 달리 '성지' 한 곳에 일단 집중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옛 지역구이자 인구가 많은 달서구에서 피켓 유세를 한 데 이어 경북대에서 학식을 먹었다. 이 후보는 젊은 나이를 강조하기라도 하듯 기동성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데 여념이 없었다.
이 후보는 "지난번 대구에서 피켓 시위를 했을 땐 많은 분들이 단일화 입장을 물었는데, 이제는 많은 분들이 '국민의힘 더 이상 안 되겠다. 이제 네가 한번 바꿔봐라' 이런 말씀을 해주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호응하듯 경북대 학생들도 이 후보를 환영했다. 이 후보와 사진을 찍기 위해 긴 줄이 늘어서기도 했다. 여론조사상 큰 흐름 변화는 아직이지만 밑바닥 정서는 이 후보에게로 움직이고 있다고 자신하는 분위기가 팽배한 것도 이같은 현장 반응 때문이다.
이 후보는 보란 듯이 윤석열 전 대통령을 질타하는 발언도 쏟아냈다. 그는 "김문수 후보가 계엄에 대해 정말 잘못됐다고 판단한다면 즉각적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을 출당시키고, 본인은 그 반탄(탄핵반대) 세력에 힘입어 후보가 된 사람이기 때문에 사퇴를 하는 것이 마땅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反)이재명 빅텐트'에 대해서도 "김 후보께서 저와의 단일화나 빅텐트 같은 것을 더 이상 언급하지 않아주셨으면 좋겠다"고 거듭 선을 그었다. 보수 진영의 '대체재'로서 자리매김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밑져야 본전? '박정희 고향'에서 "재맹이가 남이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3일 대구 중구 동성로 광장에서 열린 대구 집중유세에서 지지를 호소 하고 있다. 대구=류영주 기자이재명 후보도 TK에 머물며 보수 민심 뺏기에 주력했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최약세인 지역이지만 압도적 선두권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50%의 벽'을 넘어보겠다는 의지가 담겼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 후보도 이날 경북 구미를 찾아 국민의힘 보란듯 '박정희 마케팅' 삼매경이었다. 그는 "(박 전 대통령에게) 이 나라의 산업화를 이끌어낸 공도 있는 게 아니냐"며 "박정희 정책이면 어떻고, 김대중 정책이면 어떤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후보는 자신의 고향인 경북 안동을 언급하면서 "왜 이재명에 대해서는 '우리가 남이가' 소리를 안해주느냐. 재맹이가 남이가"라며 "이 마을에서 태어나서 풀과 쌀을 먹고 자랐는데 왜 저는 20% 지지를 못 받느냐"고 TK(대구·경북) 표심을 자극하기도 했다.
이 후보의 외침에 현장에 모인 구미 시민들은 "남이 아니다", "죄송하다"라고 소리치며 화답하기도 했다.
이 후보의 지역별 지지율은 여전히 TK에서 가장 낮지만 전반적으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통합과 화합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것도 있지만, 좌우 양극단으로 나뉜 상황에서 '50%는 넘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인식에서 대구를 찾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