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선출된 김용태 의원. 박종민·윤창원 기자 국민의힘 김문수 캠프의 자중지란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이유는 아직도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김문수 후보 선대위는 윤 전 대통령의 대리인 석동현 변호사를 영입한 반면 김 후보가 얼굴로 내세운 김용태 신임 비상대책위원장은 윤 전 대통령에게 사실상 자진 탈당을 통보했다.
김 후보가 대선 후보 지위를 탈환하는데 가장 큰 공을 세운 인사들이 친윤 인사들과 주도권 싸움을 벌이며 사분오열 중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윤 전 대통령의 탈당을 둘러싼 잡음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은 김문수 후보 자체가 명확한 방침을 정하지 않아서다. 김 후보는 계속해서 "윤 전 대통령의 탈당 여부는 본인의 판단"이라며 회피하는 듯한 입장을 되풀이 하고 있다.
김 후보 측의 한 의원은 "윤 전 대통령이 알아서 (탈당)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에둘러 표현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김 후보 측 인사들을 통해 윤 전 대통령과 가까운 인사는 물론 극우 세력과 맞닿아 있는 인사들이 선대위에 합류하면서 김 후보의 스텝도 계속 꼬이고 있다.
윤 전 대통령과의 변호를 맡았던 석동현 변호사가 선대위에 합류한 게 대표적인 예다. 전두환 신군부 5인방 중 한 명이었던 정호용 전 국방장관은 상임고문에 위촉됐다가 논란이 일자 한밤 중에 취소됐다.
당내에선 이미 윤 전 대통령의 자진 탈당을 바라는 분위기가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반탄(탄핵 반대) 진영 지지자들의 반발이 표면적으로는 거센 탓에 쉽사리 탈당 촉구를 하지 못했던 이전과 비교해 상당히 달라진 모습이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 측 대변인이었던 이정현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 "당의 미래와 보수의 재건을 위해 오늘 중으로 윤 전 대통령 자진 탈당을 권고하라"고 한 것도 이같은 분위기가 반영된 발언이다.
이에 쐐기를 박은 게 김용태 비대위원장의 '정중한 탈당 권고'다. 김 위원장은 내정 직후부터 탈당 권고를 시사했지만 조심스럽게 접근했다.
당 안팎에선 대선 후보도 교체하는 마당에 비대위원장 내정도 취소할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려 있는 게 아니겠냐는 해석이 나왔다. 김 위원장은 전국위를 통해 비대위원장에 임명된 직후에야 윤 전 대통령을 향해 최후통첩을 날렸다.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오른쪽), 권성동 원내대표(오른쪽 두번째)가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대위 회의 및 임명장 수여식에 참석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김문수 캠프가 '원팀'이 되기 위해선 친윤계의 거센 반발부터 막아야 하지만 쉽지 않다. 국민의힘 한 초선의원은 "윤 전 대통령이 탈당하든 말든 김 후보의 경쟁력이 크게 달라지는 건 없다"고 잘라말했다. 또다른 의원은 "김 후보가 김용태 의원을 점찍었을 때 이미 예견됐던 일 아니냐"고 말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대선에서 20%p 이상 격차로 대패하면 탈당 찬성파와 반대파가 서로를 향해 책임을 돌릴 게 불 보듯 뻔하다"면서도 "다만 친윤 성향 의원들도 상당수는 이미 윤 전 대통령과 심리적으로 절연을 했고, 대패하면 분당(分黨)할 여력도 없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