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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지진 속에서도 잊지 못할 미얀마 선교사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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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4-02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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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지면 다 죽겠다' 공포 속에서도 기도는 멈추지 않았다

지진으로 피해를 입은 마을. 최상림 목사 제공지진으로 피해를 입은 마을. 최상림 목사 제공
충남에 위치한 '라파선교회 보령선교치유센터'에서 우리 부부는 평소 침술선교에 힘쓰고 계신 류칠현 목사로부터 미얀마 선교사역에 함께 하자는 제안을 받았다. 불교국가로의 선교사역이 만만치 않은 일이겠지만 우리는 흔쾌히 기쁨으로 참여하기로 했다. 필요한 재정은 하나님께서 신실하게 공급해주심을 경험했다.
 
많은 분들이 "심장이 좋지 않은데 15일간의 여행이 가능하겠냐"고 걱정했지만 나는 치료자 되시는 하나님을 의지하고 나아갔다. 매일 아침, 점심, 저녁 식사처럼 류칠현 목사가 생기침(生氣針)을 놓아주셔서 건강에 이상 없이 선교사역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모두들 나의 건강을 위하여 마음을 써주셨고 그 덕분에 나는 풍성한 은혜의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미얀마 일정은 공항에서 동역자들과의 만남으로 시작됐다. 지난달 18일 저녁 미얀마 양곤국제공항에 도착했을 때 만달레이한인회 고문이신 정선교 MECC 대표와 정광수.은성관 선교사, 이신호 김천한일교육재단 이사장이 우리를 맞이했다. 부산에서 인천공항을 거쳐 미얀마까지 이어진 고단한 일정을 뒤로하고 숙소에 여장을 풀었으나 한국시간에 맞춰진 수면습관은 현지 시간으로 새벽 2시 반에 잠을 깨웠다. 이후 매일 반복되는 여정에도 우리는 새벽 3시 반에서 4시 사이 어김없이 깨어 아침 산책도 하고 동네 한 바퀴를 돌며 하나님의 마음을 발견해 갔다.
 
우리를 안내한 정선교 대표는 미얀마 사람들의 특징 세 가지를 알려줬다. 첫째, 자살률이 0%에 가깝다고 한다. 내일 일을 염려하지 않고 하루 하루에 최선을 다하여 만족하며 산다는 것이다. 한국 그리스도인은 과연 그렇게 살고 있는가?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은 무한경쟁에 내몰린 나머지 삶을 누리지 못한 채 힘들게 살고 있다.
 
둘째, 미얀마인은 미소의 사람이다. 좀처럼 화를 내는 법이 없이 누구에게나 환하게 웃으며 환대한다. 반면 성미가 급한 한국인들은 이곳에 와서 화를 잘 낸다. 이 때문에 한국인의 화풀이를 경험한 미얀마인들은 한국 업체가 아무리 월급을 많이 줘도 떠나버린다고 한다. 현지의 사람과 문화를 존중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새삼 깨닫게 된다.
 
셋째, 미얀마인은 효심이 지극하다. 할머니가 아프면 하던 일을 멈추고 간병하러 고향으로 내려가는 게 미얀마 사람들이다. 미얀마인의 효심은 우리가 다시 회복해야 할 미덕이며, 우리나라에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고독사의 해결책이 될 수도 있겠다. 미얀마인들을 간병인으로 모시는 것도 꽤 괜찮은 대안이 아닐까?
 
 침술치료 모습. 최상림 목사 제공 침술치료 모습. 최상림 목사 제공
미얀마에 대한 오리엔테이션 덕택에 마음의 문도 자연스레 열렸다. 친절한 미얀마 사람들을 만날 일에 심장이 뛰었다. 매일 미얀마 사람들을 만나는 일이 즐거웠다. 승려들도, 시민들도 모두 우리와 친근하게 사귀게 되었다. 나는 침술 치료차 생기침을 꽂은 분들에게 미얀마어로 녹음된 복음 메시지를 열심히 전하고 영접기도를 함께 드렸다. 나중에는 기도할 때 통역을 맡은 사라선생을 불러 더 확실하게 복음을 전할 수 있었다. 할렐루야!
 

마을 사람들과 함께 기도하는 최상림 목사. 본인 제공마을 사람들과 함께 기도하는 최상림 목사. 본인 제공
국민 90%가 불교신자…새로운 사역지 발견한 뜻깊은 시간
 
이번 미얀마 선교사역은 새로운 사역지를 발견한 시간이었다. 서남아시아와 동남아시아 북쪽, 러시아 선교까지 꿈꿀 수 있는 미얀마의 삔우린 지역은 우리에게 허락하신 전략적인 선교베이스다. 미얀마 국민의 90%는 불교신자다. 순박하고 착한 우리 선조들의 모습을 닮았다. 사원에 들어가서 사역할 때도 스스럼없이 다가갈 수 있었고 승려들에게도 자연스럽게 복음을 전할 수 있었다. 침술 의료봉사가 먼저 마음의 문을 열게 하니 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15일 동안의 긴 여정 내내 한낮의 온도는 섭씨 40도를 육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류칠현 목사와 봉사자들은 한 명이라도 더 치료하려고 애썼고, 이에 화답해서 나는 그들 한사람 한사람에게 미안마어로 녹음된 전도메시지를 전하는 일에 열심을 내지 않을 수 없었다.
 

설교를 하고 있는 최상림 목사. 본인 제공설교를 하고 있는 최상림 목사. 본인 제공 
한국에서 건너간 선교팀은 총 6명이었다. 라파선교회 침술의료봉사팀으로 대전참좋은교회 류칠현 목사, 김보영 전도사, 이기오 집사, 부산월드미션교회 최상림.강은옥 부부, 부산신흥교회 소속 김한섭 대표가 각각 대전과 안산, 부산에서 인천공항으로 이동해 미얀마에 들어갔다. 현지 교민인 정선교 대표(MECC)와 피엉 매니저, 미소, 사라, 나은, 떼떼, 혜진(통역) 등 현지의 한국인과 미얀마인이 한 팀이 되어 지난 달 18일부터 이달 1일까지 미얀마 양곤의 빈민촌과 고아원, 교회, 따바와 명상센터, 만달레이 지역 사찰과 수도원, 그리고 지진을 만났던 잉와지역에서 승려들과 시민들을 대상으로 침술로 봉사하며 선교활동을 펼쳤다.
 
지진 참사에도 멈추지 않았던 기도
 
지난달 28일 낮, 우리는 고대 수도였던 잉와지역 호프교회에서 30여명의 교인과 이웃주민들에게 침술 봉사를 하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킴카이 담임목사 부부를 치료한 뒤 예배당을 나서려던 찰나 엄청난 폭발음과 같은 굉음이 들리면서 교회가 강력한 진동에 흔들렸다. 정오를 막 넘긴 12시 50분쯤(한국시간 오후 3시 20분), 강도 7.7의 지진을 1분 가까이 경험하던 순간, '저 천장이 떨어지면 우리는 다 죽겠다'는 공포가 밀려왔지만 우리는 있는 힘을 다해 부르짖으며 주님께 기도를 올렸다. 바로 뒤에서는 교회 사모의 기도소리도 들려왔다.
 
다행히 교회는 집기와 스피커시설 등이 쓰러진 것 외에는 큰 피해를 입지 않았다. 천만다행으로 인명피해도 없었다. 하지만 교회 바깥은 엉망이 되었다. 불교사원의 탑과 건물, 담벼락은 성한 곳이 없었다. 젊은 아낙네의 통곡소리도 이어졌다. 근처 이슬람사원에서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했기 때문이었다. 나중에 들은 소식이지만 지진이 일어났던 금요일 낮 시간은 이슬람 공식 예배시간이어서 인근의 이슬람 사원에서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했다고 한다.
 

지진으로 피해를 입은 마을. 최상림 목사 제공지진으로 피해를 입은 마을. 최상림 목사 제공
수 많은 불교사원과 오래된 가옥, 건물이 피해를 입었다. 도로 곳곳은 갈라지고 지반은 솟아오르거나 꺼졌다. 만달레이에서 양곤으로 향하는 전 지역이 지진 피해를 입은 참혹한 모습이었다. 당연히 도로 상황은 말이 아니었다. 고속도로가 통제된 가운데 국도에 수 킬로미터 늘어선 트럭들, 주유소에 수 백미터씩 줄을 선 대기 차량들로 인해 평소 10시간 걸리던 이동구간이 17시간 넘게 걸리는 바람에 일행은 새벽 0시40분을 넘겨 양곤 숙소로 돌아왔다.
 
주일인 30일 오후에는 여성목사님이 사역하고 계신 쉐비다반석교회에서 치료사역을 진행했다. 날씨는 더 더워진 것 같았다. 함석 지붕은 실내를 찜통으로 바꾸었다. 에어컨은 고사하고 선풍기도 없는 예배당이기에 치료사역은 교회 앞마당 처마 아래서 진행했다.
 
침술 선교 장면. 최상림 목사 제공침술 선교 장면. 최상림 목사 제공
31일 마지막 사역은 양곤 외곽에 위치한 빈민촌에서 정광수 선교사의 안내를 받아 양곤김천한일교회에서 진행했다. 매일 새벽을 깨우는 16명의 어린이 새벽기도팀이 존재하는 교회다. 그동안 우리 팀원들이 섬겼던 주요 영역에서 봉사를 도왔던 어린이 집사들(?)을 잊지 못한다. 2평 남짓한 공간에 6명의 식구가 기거하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꿈을 잃지 않고 믿음으로 기도하며 삶을 헤쳐가는 이곳 어린 생명들을 통하여 미얀마의 새로운 희망을 본다.
 
찬양 기도하는 아이들. 최상림 목사 제공찬양 기도하는 아이들. 최상림 목사 제공 
이제는 몸과 마음과 영혼과 환경을 치유하고 복구하는 회복 사역을 향한 섬김이 절실한 시간이다. "인자가 온 것은 섬김을 받으려 함이 아니라 도리어 섬기려 하고 자기 목숨을 많은 사람의 대속물로 주려 함이니라" (마가복음 10장 45절)
 
사순절 기간을 보내면서 우리는 십자가를 지신 예수님을 묵상하며 죽음을 이기시고 부활하신 예수님을 꼭 만나는 미얀마가 되기를, 그리하여 상처 입은 심령들이 새로운 꿈과 희망과 사랑으로 날아오를 수 있기를 기도하면 어떨까?
 
지난 1일 오후 우리 일행은 안전하게 인천국제공항 활주로에 안착했다. 천국공항에 도착할 때까지 기쁨과 감사로 가득한 복음 찬양을 드리고 싶다.

※ 외부 필진 기고는 CBS노컷뉴스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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