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가 지난 9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 중 권영세 비대위원장의 발언 후 의총장을 떠나고 있다. 황진환 기자국민의힘이 김문수 대선후보 선출 일주일 만에 한덕수 전 국무총리로 후보를 교체하는 초강수를 두면서 당내 혼란이 극에 달하고 있다. 김 후보는 이를 '정치 쿠데타'로 규정하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고, 당 지도부는 "80% 넘는 당원의 의사에 따른 불가피한 결단"이라고 맞섰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는 10일 새벽 회의를 열고 김 후보 자격을 취소하고 한 전 총리를 새로운 후보로 등록하는 절차에 착수했다. 당 선거관리위원회 역시 같은 날 회의를 열어 대통령 후보 등록 공고를 냈고, 새벽 3시부터 4시까지 1시간 동안 후보 신청을 받았다.
이양수 선관위원장은 "당헌 제74조 2항 및 대통령 후보자 선출 규정 제29조에 따라 절차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9일 밤 김문수·한덕수 간 단일화 협상이 최종 결렬되면서 발생했다. 당 지도부는 중앙선관위 후보 등록 마감일인 오는 11일 이전 단일화를 고수했지만, 김 후보는 여론조사를 통한 단일화를 주장하며 시기를 15~16일로 늦추려 했다.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가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선거캠프에서 기자회견 후 중앙당사에 마련된 대통령후보실에 앉아 캠프관계자들과 대책회의를 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이에 당은 '상당한 사유가 있을 경우 비대위 의결로 대선 후보 선출을 조정할 수 있다'는 당헌 조항을 근거로 후보 교체를 강행했다.
지도부는 지난 7일 실시한 당원 여론조사에서 '등록 마감 전 단일화'를 찬성한 비율이 86.7%에 달한 점을 '상당한 사유'로 제시했으며, 이어 8~9일 실시된 여론조사에서는 한덕수 후보가 우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김 후보 측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김 후보는 이날 오전 여의도 캠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과 당원의 선택을 받은 정당한 후보를 비대위가 불법적으로 박탈했다"며 "전대미문의 반민주적 행위이자 정치 쿠데타"라고 비판했다.
이어 "전국위원회도 열리지 않은 상황에서 권한이 없는 비대위가 후보를 교체한 것은 명백한 당헌 위반"이라고 주장하며, 법적·정치적 조치를 즉시 취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김문수 캠프는 후보 자격 박탈의 효력 정지와 전당대회 개최 금지를 요구하는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냈지만 지난 9일 오후 모두 기각됐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뼈아픈 결단을 내렸다"며 "단일화는 특정인을 위한 정치적 선택이 아니라 이재명 정권에 맞설 경쟁력 있는 후보를 세우기 위한 당원들의 명령이었다"고 강조했다.
김 후보에 대해선 "당원들의 신뢰를 저버리고 시간을 끌며 단일화를 무산시켰다"며 "단일화는 후보가 되기 위한 술책일 뿐이었다"고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절박한 심정으로 결단을 내렸으며, 책임은 내가 오롯이 지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가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선거캠프에서 기자회견 후 중앙당사로 향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일각에서는 이번 교체 절차가 법적 다툼으로 이어지며 향후 대선 일정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김 후보 측은 공직선거법상 당내경선 당선자 취소 규정이 없다며, 한덕수 후보가 후보로 등록해도 무효라고 주장하고 있다.
김 후보 측 미디어단장인 원영섭 변호사는 페이스북에서 "공직선거법 제52조와 제57조의2에 따르면 당원이 아닌 한덕수를 경선 후보로 한 여론조사는 무효이며 이를 근거로 김문수 당선을 취소한 절차도 무효"라며 "무효인 당내경선으로 한덕수 후보가 후보등록을 하더라도 무효다. 이제 2번 후보는 없어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에 참여했던 한동훈 전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이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다. 국민의힘은 민주주의 정당이어야 한다"며 당의 절차를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오후 9시까지 전 당원 투표를 통해 후보 교체에 대한 당원 찬반을 확인하고, 오는 11일 전국위원회 의결을 통해 한 전 총리를 최종 대선 후보로 확정할 방침이다. 향후 대선 정국에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