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6·3 대통령선거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12일 서울 광화문 청계광장에서 열린 출정식 및 첫 유세에서 후보 연설을 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선거 유세에서 과거 자신의 약점으로 작용한 논란들을 직접 언급하며 정면 승부에 나섰다. 이 같은 방식이 후보 지지도를 높일지, 불필요한 설화 리스크를 부를지 의견이 갈리는 가운데 이 후보 측은 대선까지 추가적인 변수를 방지하는 '수성 전략'을 펼칠 방침이다.
묻지도 않았는데 '대장동'·'셰셰' 먼저 꺼낸 李…"즉흥 발언"
이 후보는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12일부터 지역 유세를 돌며 '친중 논란', '일극 체제 비판', '대장동 개발 의혹', '방산주 보유' 등 그간 자신을 향했던 공격 요소들을 농담처럼 꺼내들며 항변했다.
당대표 재임 중 '공천 학살' 논란으로 불거진 '일극 체제' 비판에 대해선 13일 경북 포항에서 "당이 리더십을 가지고 당원들과 똘똘 뭉쳐 총선에서 대승하고 나라 살림을 맡길 만하다고 국민이 믿게 했으면 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역으로 "어떤 정당처럼 콩가루 집안이 돼 하루 종일 싸우고 퇴행하면 되겠느냐"며 화살을 대선 후보 선출 과정에서 내홍을 겪은 국민의힘으로 돌리기도 했다.
재판이 진행 중인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에 대해선 "대장동 개발 이익을 환수한 게 무슨 죄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2022년 국회 국방위원회 활동 당시 제기된 방산주 보유 논란을 두고는 "국회의원도 아닐 때 샀는데 무슨 내부정보냐. 15% 손해 보고 팔았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국익 중심 실용 외교 노선을 부각하면서 과거 '친중 굴종 외교 논란'이 불거졌던 '셰셰'(謝謝·감사합니다) 발언을 다시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13일 대구에서 "중국에도 '셰셰'하고 대만에도 '셰셰'하고 잘 지내면 되지, 그게 잘못됐느냐"며 "일본 대사에게도 '셰셰'하려다가 못 알아들을 것 같아서 '감사하무니다'라고 했다"고 외쳤다.
이러한 발언들에 대해 중앙선대위 메시지팀 관계자는 "이 후보의 즉흥 발언이었다"며 "전략적으로 연설문에 미리 담은 것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친근감? 부정 이미지?…국힘 "독선" vs 민주 "승부사"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오른쪽), 권성동 원내대표(오른쪽 두번째)가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대위 회의 및 임명장 수여식에 참석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이를 두고 이 후보의 털털한 면모를 드러내며 시민들과 친근하게 소통하는 방식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그간 쌓인 부정적 이미지를 되레 상기시킨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선 국민의힘은 즉각 "본인이 틀렸다는 걸 인정하지 않는 이재명 후보의 오기와 독선이 큰 문제"라며 공세를 폈다.
국민의힘 권성동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15일 페이스북에 "이재명의 '친중 셰셰' 외교에 대한 미국 조야의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며 "유엔 대북 제재를 위반한 대북 송금, 북·중·러를 적대시한 가치 외교를 탄핵 사유로 보는 외교관, 원전 조선 등 한미협력 핵심 산업 예산 삭감 등 미국이 이재명을 불안하게 바라보는 이유는 차고 넘친다"고 쏘아붙였다.
반면 민주당의 평가는 다르다. 한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는 "후보의 승부사 기질이 드러난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논란을 길게 설명하는 건 역효과가 있을 수 있다"면서도 "가볍게 넘기는 정도는 문제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추가 변수화는 우려…"수성" 위한 '무대응' 전략
캠프 내부에는 현재 여론조사 선두를 달리는 이 후보로선 남은 선거 기간 동안 추가적인 변수를 만들지 않고 우위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는 공감대가 있다. 국민의힘이 계속해서 공격하는 이 후보의 '형수 욕설' 논란 등에 대해서는 "대응할 가치가 없다"며 '무대응' 전략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선거 경험이 많은 선대위 핵심 관계자는 "팽팽한 선거전인 경우엔 논란을 만드냐 안 만드냐가 영향을 많이 미치는데 이번 선거는 구도 싸움으로 가서 작은 이슈가 크게 부각되기 어렵다"면서도 "우리가 특별한 수를 내려고 노력하기보다는 수성 전략을 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