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1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이재명 대통령이 10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전화통화를 갖고 양국의 전략적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에 이은 세 번째 정상 통화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 대통령과 시 주석은 이날 오전 약 30분 동안 통화를 하고 양국의 발전에 대해 논의했다. 양국 정상은 한중관계 발전의 중요성에 공감대를 이루고 인적·문화적 교류를 강화해 양국 국민들의 우호적 감정을 높이는 동시에 경제협력 분야에서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데에 뜻을 모았다.
시 주석은 "새 정부와 한중 전략적협력동반자관계 발전을 위해 협력해 나가자"고 했고, 이 대통령은 "한중 양국이 호혜·평등의 정신 아래 경제·안보·문화·인적교류 등 여러 방면에서 활발한 교류와 협력을 추진해나가기를 희망한다"고 답했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이 대통령은 올해 11월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 시 주석을 공식으로 초청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시 주석이 APEC에 참석하게 되면 11년 만의 한국 방문이 된다"면서 "양국 관계의 중요한 전기가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날 시 주석과의 통화를 마치면서 이 대통령은 전쟁 중인 러시아를 제외한 한반도 주변 주요국 정상과의 통화를 마무리했다. 이 대통령과 시 주석과의 통화가 주목됐던 이유는 미국의 견제 속에서 한국과 중국의 관계설정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첫 소통이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1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이재명 정부의 실용외교는 사실상 중국과의 관계설정으로 대표될 수 있다. 굳건한 한미동맹을 중심으로 하되 국익에 부합한다면 중국과의 관계도 개선하겠다는 내용이다. 이를 강조하는 과정에서 유세 기간 이른바 '셰셰(谢谢·고맙습니다)' 발언이 논란이 되며 곤혹을 치르기도 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동맹국인 미국과의 통화를 시작으로 중국보다 일본과 먼저 소통하며 한미일 협력을 기축으로 한 외교노선을 재확인했다. 다만 통화시간에 있어서는 미국(20분), 일본(25분) 보다 중국(30분)과의 소통에 더 긴 시간을 할애했다.
한편 중국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통화에서 "다자주의와 자유무역을 공동으로 수호하자"고 말했다. 자국 중심의 보호무역 조치를 선도하고 있는 미국에 함께 대응하자고 읽히는 대목이다.
다만 대통령실은 이에 대한 이 대통령의 언급을 묻는 질문에 "구체적인 이야기라기보다는 전반적인 방향 설정"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중국을 견제하는 미국 측을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중국이 서해 잠정조치수역(PMZ)에 무단으로 설치한 구조물과 관련한 논의도 통화에서는 이뤄지지 않았다. 중국은 최근 PMZ에 철제 구조물 설치에 이어 항공모함을 투입해 해상훈련에 나섰다. '서해 내해화'를 위한 중국의 회색지대 전략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는 상황에서 향후 한중관계 개선의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