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허리춤 깊이의 흙탕물을 눈 앞에 마주하자 덜컥 겁이 났다. 눈을 질끈 감고 액셀을 밟자 둔중한 자체가 거침없이 물을 뚫고 들어갔다. 281 마력의 강력한 힘이 바퀴에 전달되면서 물의 저항감은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속도를 높이자 물이 차체 양쪽으로 비산하면서 묘한 쾌감이 느껴졌다. 마치 수륙양용 전차를 탄 듯한 경험이었다. 기아의 첫 정통 픽업트럭, 타스만이 선사하는 강력한 오프로드 감성이다.
지난달 31일 강원도 인제에서 열린 '기아 타스만 미디어 시승회'에서 타스만을 시승해봤다. 이 행사에서 타스만의 오프로드·온로드 성능을 미리 경험해봤다. 구체적으로 프로그램은 △오프로드 △공도 △임도 주행으로 구성됐다.
타스만의 도강 능력을 체험하는 중이다. 기아 제공 영상 촬영본
오프로드에서는 크게 타스만의 도강 능력(차량이 물에 잠겨도 주행할 수 있는 능력)과 험지 주행 능력을 경험했다. 타스만은 차체 하부가 물에 잠긴 상태에서도 걱정 없이 주행할 수 있었다. 흡입구를 앞 범퍼 쪽이 아닌 측면 펜더 950mm 높이에 장착하고 흡입구 방향으로 후방으로 돌렸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800mm 깊이 물속에서도 시속 7km 속도로 주행이 가능하다. 물 속에는 큰 자갈들이 있었지만 전혀 미끄럼 없이 안정적으로 이동할 수 있었다.
한 쪽 바퀴가 들려도 전자식 차동기어 잠금장치로 안정적인 주행이 가능하다. 기아 제공 동영상 캡처다양한 험지에서도 주행에 무리가 없었다. 작은 언덕이 뭉쳐 있는듯한 모글(Mogul) 지형에서는 주행 중 한쪽 바퀴가 공중에 떠 있었지만, 힘이 분산되지도 않았다. 타스만의 '전자식 차동기어 잠금장치(e-LD)' 기능 덕분이었다. 후륜 차동기어를 잠가 좌우 바퀴에 동일한 구동력을 제공하면서, 한 쪽 바퀴가 헛도는 상황을 방지한 것이다.
진창이 가득한 언덕길도 거침없이 올랐다. 일반 승용차였다면 헛바퀴 돌 수밖에 없는 지형이지만, 타스만은 달랐다. 휠 하단의 '터레인 모드(Terrain)' 페달을 누른 뒤 '샌드(Sand)'를 선택하자 진흙 지형에 맞는 주행 모드로 변환했다. 기어는 낮게 유지한 채 높은 RPM을 오롯이 바퀴에 싣는 게 느껴졌다. 여기에 'X-트렉(TREK)' 버튼을 누르자 크루즈 모드에 진입했다. 액셀과 브레이크를 밟을 필요 없이 조향에만 신경써도 되니 피로도가 낮아졌다.
'그라운드 뷰 모니터'에서는 기아의 세심함이 느껴졌다. 경사도 높은 언덕을 오를 때 운전자의 시야가 완전히 제한되는 순간이 있다. 마치 롤러코스터가 정점 높이에 오르기 직전처럼, 차체가 하늘을 바라볼 때는 현재 위치를 전혀 가늠할 수 없다. 바로 언덕길을 내려가야 하는데 시야가 확보되지 않자 막막할 뿐이었다. 이 때 그라운드 뷰 모니터 기능을 사용했더니 차량 하부 상황을 카메라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차량 앞쪽 하단에 설치된 카메라 덕분이다.
최대 3.5톤의 토잉 능력을 갖고 있는 타스만. CBS노컷뉴스 남성경PD 촬영타스만의 매력은 온로드에서 빛이 난다. 오프로드 차량에서 기대하기 힘든 정숙성과 승차감이 타스만에는 있기 때문이다. 픽업트럭이지만 SUV처럼 패밀리카로도 활용할 수 있는 반전매력이다. 공도를 주행해 본 결과 우선 뛰어난 차음이 체감됐다. 고속으로 주행하더라도 이중접합 차음유리 등으로 인해 정숙함이 유지됐다. 2열에 탑승한 동승객에게 물어봤더니 2열과 적재함 사이에서 발생하는 바람소리도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고 했다.
승차감도 준수했다. 승용차와 비교하기는 힘들지만, 트럭에서 전혀 기대하기 힘든 정도의 편안함이었다. 전륜에 하이마운트 더블위시본 타입 서스펜션이 적용돼 트럭 특유의 딱딱한 느낌이 별로 들지 않았다. 다만 후륜은 적재를 위해 판(리프) 스프링 타입의 서스펜션이기 때문에 2열의 승차감은 1열보다 떨어지는 듯했다. 특히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 2열에서 특히 꿀렁꿀렁하는 느낌을 피할 수 없었다.
동급 최대 2열 공간을 확보한 기아 타스만. CBS노컷뉴스 남성경PD 촬영타스만의 2열 공간이 상당하다는 점도 패밀리카로서의 장점을 드러내는 부분이다. 기아에 따르면, 타스만은 동급 최대 수준의 2열 공간을 확보하고 있다. 실제로 보니 카 시트가 얇은 편이어서 상대적으로 큰 레그룸을 확보한 것이 느껴졌다. 직접 2열에 탑승해보니 2~3시간 정도의 장거리 이동에 전혀 무리가 없을 정도의 공간감이었다. 여기에 2열에서도 리클라이닝 기능을 쓸 수 있어 편리함을 배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