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가 9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 중 권영세 비대위원장의 발언 후 의총장을 떠나고 있다. 황진환 기자국민의힘이 결국 김문수 후보를 당의 대선 후보자 지위에서 강제로 박탈했다. 지도부는 한덕수 전 총리를 당의 대선 후보로 재선출했다. 당은 이 사안에 대해 전 당원을 대상으로 '찬반' 투표를 진행한 뒤 최종 확정할 방침이다.
경선을 거쳐 전당대회로 선출한 대선 후보를 지도부와 일부 의원들의 의지만으로 자격을 박탈하고, 재선출 과정에 돌입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 추후 법적·정치적 논란이 예상된다.
김 후보는 이에 아랑곳 없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등록을 시도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이를 위해선 비대위원장의 직인이 필요한 만큼, 이 과정에서 당과 충돌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의총→선관위→비대위 김문수 후보 지위 박탈…'한덕수 찬반' 투표
국민의힘은 9일 밤부터 이튿날 새벽까지 의원총회와 당 선관위, 비대위를 연달아 열고 김 후보의 '대선 후보자 자격'을 박탈했다. 지도부가 정해 놓은 데드라인인 9일 자정까지 김 후보와 한 전 총리의 단일화 협상에 진척이 없자 강제로 '후보 교체' 작업에 돌입한 셈이다.
한 전 총리는 비대위가 진행되는 도중 입당했고, 대선 후보 등록 서류를 제출했다. 이후 비대위는 한 전 총리를 대선 후보로 의결했다. 10일 오전부터 전 당원을 대상으로 '한덕수 후보 선출에 대한 찬반' 투표를 진행한 뒤 전국위원회를 열어 대선 후보를 최종 확정할 방침이다.
이 같은 절차는 당헌 제74조 2(대통령 후보자 선출에 따른 특례) 조항이 근거가 됐다. 해당 조항에는 기존 당헌·당규에 따른 대선 후보 선출 규정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엔 대선 후보 선출 사항을 선관위가 심의하고 비대위(최고위)가 의결로 정할 수 있도록 했다.
이양수 사무총장은 '상당한 사유'에 대해 "상당한 사유는 (당원) 87%가 단일화를 후보 등록일 하기 전에 하라고 한 것에서부터 이미 상당한 사유가 생긴 것"이라며 "(김 후보가) 단일화를 한다고 했는데, 안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8일 오후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와 한덕수 예비후보가 국회 사랑재 카페에서 공개회동을 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단일화 협상 최종 결렬…'역선택 방지' 두고 충돌
전날 김 후보 측과 한 전 총리 측은 국민의힘 인사들과 함께 두 차례 만나 단일화 협상에 나섰지만 모두 결렬됐다. 김 후보 측은 단일화를 수용하겠다면서 방식은 '100% 국민 여론조사'를 제안했다. 하지만 한 전 총리 측이 당원 또는 국민의힘 지지층만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해야 한다며 거절했다.
김 후보 측 김재원 비서실장은 협상 결렬 후 기자들과 만나 "한 전 총리가 모든 것을 양보하겠다, 단일화 방식과 절차 등에 대해 당에 모두 일임하겠다고 하더니 일임은커녕 자기 주장만 하더라"라며 "이제 와서 절대 양보하지 못하겠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한 전 총리 측 손영택 비서실장은 "국민의힘 후보를 뽑는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지지하는 지지자들이 단일화 경선에 참여한다는 것은 정말 있을 수 없는 원칙"이라며 "이건 조건이 아니라 원칙이다. 이를 어기고선 더 이상 협상되기는 어려웠다"고 반박했다.
의총을 진행하며 단일화 협상을 기다리던 국민의힘 의원들은 향후 후보 교체에 대한 권한을 지도부에 일임하기로 결정했다. 의총에는 64명이 참석했고, 이 중 60명이 찬성, 2명은 반대, 2명은 기권을 선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대로 뽑은 후보, 지도부가 교체…논란 이어질 듯
3일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21대 대통령 선거 후보 선출을 위한 제5차 전당대회에서 대선 후보로 선출된 김문수 대선 후보가 청년들과 무대에 함께 올라 손을 들어보이고 있다. 윤창원 기자김 후보 측은 당의 결정은 불법이자 당헌·당규에 따른 절차 위반이라고 보고, 이날부터 진행되는 선관위 대선 후보 등록 절차에 돌입할 예정이다. 다만 정당 추천 후보로 등록하기 위해선 당 대표의 직인이 필요한 만큼, 이른바 '옥새 파동'이 재연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당대회로 대선 후보를 선출했는데도 지도부의 의결 만으로 후보자 지위를 박탈하고 재선출한 셈이라, 향후 법적·정치적 논란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전례도 없을 뿐더러, 현재 지도부가 선출되지 않은 '비대위'인 상황이라 자격 자체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어서다.
경선에 참여했던 한동훈 전 대표는 "77만명의 책임당원이 여러 단계로 참여한 경선을 무효화해 무리하게 김 후보를 끌어내리고 당원도 아닌 한 전 총리로 교체하는 것은 정당 민주주의, 그리고 상식을 버리는 것"이라며 "우리 당을 웃음거리로 만들고 있다. 선출되지도 않은 비대위에 누가 그런 권한을 부여했나"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