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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 다 먹히는데 마른걸레 짠다…돌파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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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K배터리]
올해 1~2월 中배터리 CATL, BYD 40% 성장
국내 배터리 점유율 5.5%p 하락…삼성SDI 5위→8위
기술 격차 우위 '옛말'…"격차 과거보다 빠르게 좁혀져"
국내 업계 업황 악화에 연차 제한 등 '허리띠 졸라매기'
생산 라인 조정과 함께 ESS 등 적극 투자로 자구책

연합뉴스연합뉴스
▶ 글 싣는 순서
①중국에 치이고 마른걸레 짠다…돌파구는?
(계속)

"국내 배터리 업계가 기술력은 앞서지만, 정작 시장에서는 중국 배터리에 밀린다. 배터리 산업 전반의 수요와 국가 지원 등을 볼 때 국내 배터리 업계는 총체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관세 전쟁 상황에서 반등 기회를 엿봐야 한다" -SNE리서치 박세현 프로-

"산업 자체의 구조적인 문제와 글로벌 통상 환경이 급격하게 악화하면서 우리 배터리 기업의 노력만으로는 위기를 극복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정형곤 세계지역연구1센터 선임연구위원-

국내 배터리 업계가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전기차 캐즘(일시점 수요 둔화)이 길어지며 수요가 떨어진 와중에, 중국산 배터리가 시장을 장악하면서 실적이 악화하고 있다. 그동안 기술력으로는 국내 배터리 업계가 앞섰지만, 최근 중국의 맹추격에 이마저도 낙관하기 어렵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업계는 성과급을 줄이는 등 비용 절감으로 대응 중이지만, 그에 따른 반작용으로 인력이 유출하는 등 출혈까지 이어지고 있다. 주요 업체는 올 하반기부터는 업황이 회복될 것으로 보고 R&D 투자와 신시장 진출로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각오인데, 이같은 전망이 현실화할지는 미지수다.

中배터리, 전세계 70% 점유…국내 업계 실적 전망도 '흐림'


14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배터리 업계는 총체적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는 인식 아래 대응 마련에 부심 중이다. 캐즘 영향으로 전반적인 배터리 수요가 감소하고 있지만, 마냥 환경적 요인을 탓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캐즘 국면에서도 국내 배터리 업계의 시장 점유율은 특히 내리막을 걷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큰 장애물은 중국 배터리다. 중국 배터리 업체는 탄탄한 내수와 저렴한 LFP 배터리로 빠르게 시장을 점유하고 있다. 그동안 국내 업계는 기술력을 기반으로 삼원계 배터리를 주력으로 내세웠지만, 정작 시장에서는 LFP에 비해 외면받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LFP 배터리의 경우 삼원계에 비해 성능은 떨어지지만, 안전성과 가성비는 상대적으로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기 때문이다.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 박세현 프로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전기차 배터리의 안전성이 점차 중요해지는 가운데, 중국이 탄탄한 내수를 바탕으로 테슬라와 손을 잡으면서 시장을 선점했고 이후 격차가 생겼다"고 설명했다. 이에 국내 업계도 최근 부랴부랴 LFP 배터리 시장에 뛰어들고 있지만, 중국의 저가 공세에 밀려 크게 성과를 내지는 못하고 있다. 국내 업계는 기존의 삼원계 배터리 개발에 더 집중할 것인지, LFP 시장에서 중국을 추격할 것인지 일종의 딜레마에 빠진 상황이다.

1~2월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 SNE리서치 제공1~2월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 SNE리서치 제공
실제로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2월 전 세계 전기차·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하이브리드차(HEV)에 탑재된 배터리 총사용량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40.3% 늘었다. 그러나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SK온·삼성SDI)의 시장 점유율은 5.5%p 하락한 17.7%를 기록했다. 특히 삼성SDI는 유럽 및 북미 시장의 수요 감소 등 영향으로 5위에서 8위로 크게 미끄러졌다.

반면 중국 배터리 업계의 성장세는 돋보였다. 중국 닝더스다이(CATL)는 전년 같은 기간 대비 39.7% 성장하며 글로벌 1위 자리를 유지했다. CATL의 시장 점유율은 38.2%에 달한다. 비야디(BYD)는 81% 급성장하며 2위(16.9%)를 지켰다. CALB와 고션도 각각 42.9%, 76.9% 성장하며 6위와 7위에 올랐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정형곤 세계지역연구1센터 선임연구위원은 통화에서 "중국 배터리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70%를 차지하고 있다"며 "우리 기업이 생산한 배터리와 중국의 원가 차이가 현저해 국내 배터리 제조 경쟁력이 계속 낮아지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국내 배터리 3사의 실적은 흐린 상황이다. 공시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3747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138.2% 증가했다. 그러나 이는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상 생산세액공제(AMPC) 효과에서 기인한 것으로, 지원금을 제외하면 실제로는 830억원의 영업 적자가 났다. 곧 실적 발표를 앞둔 삼성SDI와 SK온의 성적표는 더 부진할 것으로 관측된다. 양사의 경우 LG에너지솔루션에 비해 미국에 생산공장이 적어 AMPC 규모가 적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전문가 "삼원계 배터리 기술 격차도 좁혀져"…미래 먹거리 위협


전문가들은 국내 업계의 삼원계 배터리 기술력도 중국에 따라잡힐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LFP 배터리가 보급형에 주로 쓰이는 반면, 삼원계는 완전 자율주행 자동차나 드론 택시 등 고출력 기기에 쓰인다. 향후 배터리 산업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는 삼원계 배터리 기술 우위가 필수라는 게 업계 설명이다. 문제는 중국의 기술 추격 속도가 빠르다는 점이다.

NCM 배터리 주요국별 특허출원 추이.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제공NCM 배터리 주요국별 특허출원 추이.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제공
실제로 최근 중국의 배터리 관련 특허 출원은 한국을 압도하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지난해 발간한 '중국 전기차 배터리 기업의 해외 진출 사례 연구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중국은 4178건의 NCM 배터리 특허를 출원했다. NCM은 삼원계 배터리 종류 중 하나다. 이는 한국 246건, 미국 273건, 일본 435건을 훨씬 앞선 수치다. 국가별 차세대 배터리 특허 출원 건수에서도 중국 특허청은 2021년 무려 9625건의 특허가 출원됐다. 반면 한국 특허청은 204건에 그쳤다.

해당 보고서는 삼원계 배터리를 만드는 데 필요한 원재료를 중국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점도 지적하고 있다. 향후 양국의 기술 격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삼원계 배터리 분야에서 한국과 중국 간 기술 격차가 크지 않은 것으로 평가되며 주요한 이유 중 하나로 한국의 전구체 제조 능력 부족이 지적된다"며 "한국은 삼원계 양극재의 핵심 요소인 전구체의 제조 능력이 부족하고 삼원계 전구체의 거의 대부분을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배터리 업계 관계자도 통화에서 "삼원계 배터리의 경우 아직 우리나라와 중국과의 기술 격차가 있는 상황"이라면서도 "중국의 전폭적인 국가 차원의 지원과 경쟁 업체들의 규모 등을 고려하면 과거보다 격차가 빠르게 좁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황 악화에 배터리 업계 '허리띠 졸라매기'…연차 제한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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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황 악화가 이어지면서 국내 배터리 업계는 각종 성과급과 연차 제한 등으로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특히 LG에너지솔루션 등 국내 주요 배터리 업체에서는 현대자동차그룹으로 '이직 러시'가 이어지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가 자체 배터리 사업부를 확대하며 임금을 대폭 인상하고 격려금을 지급하면서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가 자체 배터리 사업을 하면 배터리 3사에서 인력이 빠지는 것은 어떻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이 아니냐"며 자조 섞인 푸념을 내놓기도 했다.

반면 배터리 업계는 올해 성과급을 줄이며 혹한기를 보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성과급으로 올해 기본급의 50%를, 삼성SDI는 OPI(초과이익성과급) 0%를 공지했다.

업계 맏형격인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지난해 말 비상경영을 선포한 이후 각종 비용을 절감하며 '마른걸레 쥐어짜기'에 나섰다.

연차휴가 사용 촉진제도를 실시하며 휴가 소진을 압박하고 임원들에게 단거리 출장 시 이코노미석 탑승 지침을 내리는가 하면 2인 이상 출장에 대해 임원 결재를 받는 식의 방침을 세운 것이다.

이에 따라 일부 사업부에선 연차를 자유롭게 사용하는 분위기도 아닌데 사용하지 못한 연차 보상금도 못 받는 게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주요 대기업 중 유일하게 정기 공채를 유지하고 있는 삼성그룹의 배터리 관계사인 삼성SDI는 채용을 대폭 축소했다. 지난해 하반기엔 경영지원, 영업마케팅, 기술 및 품질 등 9개 직무를 선발했지만 올해는 기술직만 채용 중이다.

이런 허리띠 졸라매기에 내부서는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업계 전체가 어렵다 보니 다 같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면서도 "불황 돌파구가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비용 절감이 이뤄지다 보니 내부에서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자구책으로 생산라인 조정…적극 투자로 '슈퍼사이클' 대비


국내 배터리 업계는 생산 라인 조정과 적극적인 투자로 캐즘 이후의 '슈퍼사이클'을 준비하겠다는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이르면 올해 말쯤부터 캐즘이 해소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앞서 삼성SDI 최주선 대표는 지난달 5일 열린 인터배터리 행사에서 "캐즘이 내년 상반기까지 지속될 것 같다"라며 "올해 1분기를 저점으로 2분기부터는 점차 회복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포스코퓨처엠 엄기천 사장도 "내년이 지나면 캐즘이 끝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내다봤다.

삼성SDI는 지난달 14일 2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선제적인 투자 방침을 밝혔다. 2조원의 자금으로 미국GM과의 합작법인 투자, 유럽 헝가리 공장 생산능력 확대, 전고체 배터리 생산라인 시설 투자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최주선 대표는 전날 열린 주주총회에서 "앞으로 다가올 슈퍼사이클에 대비하기 위해 끊임없이 기술을 혁신하고 글로벌 생산 역량을 갖추겠다"고 밝혔다.

이중 '꿈의 배터리'라고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의 경우 미래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가 크다. 삼성SDI는 2027년 양산을 목표로 지난해 고객사에 샘플을 공급하는 등 글로벌 업계에서도 기술 선두 주자로 평가받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도 투자·개발을 확대하며 각각 2030년, 2027년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 목표 시점을 잡고 있다.

이와 함께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을 캐즘의 돌파구로 보고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ESS는 캐즘 국면에서 새로운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는 분야다. 특히 북미 ESS 배터리 시장의 경우 수요 전력이 올해 97GWh에서 2030년까지 179GWh까지 늘 것이라는 업계 전망이 나오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미국 미시간주 소재 제너럴모터스(GM)와 합작법인 얼티엄셀즈 3기 인수를 공식화한 바 있다. 동시에 미시간 홀랜드 공장과 폴란드 브로츠와프 공장의 ESS 제품 생산을 발표했다. 이와 함께 ESS를 활용한 가상발전소(VPP) 사업도 확장할 계획이다. 올해 하반기부터는 미국 현지 ESS용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생산 라인도 본격 가동할 계획이다.

삼성SDI도 삼성배터리박스(SBB) 1.5를 내세워 ESS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강조하고 있다. SBB는 컨테이너를 이용해 배터리를 포함한 안전, 공조 장치를 통합한 완제품이다. SBB를 전력망에 연결하면 바로 ESS로 사용이 가능하다. SK온도 지난해 9월 미국 IHI 테라썬과 북미 ESS 사업 협력 강화를 위한 MOU를 맺으며 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통화에서 "친환경 전력 생산의 경우 환경에 따라 간헐적일 수 있는데, ESS의 경우 이를 보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라며 "특히 미국의 경우 국토 면적이 넓기 때문에 유망한 시장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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