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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앞바다 해상풍력사업, 민간도 공공도 못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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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업체, "예측 어려운 인·허가" 사업 원점 재검토
역대 최대 규모 해외 투자 유치했다던 인천시 "권한 없다" 방관
공공주도 해상풍력 지원사업도 '4년째 제자리'…특별법 시행으로 폐기 수순

해상풍력 발전단지 예시. 인천시 제공해상풍력 발전단지 예시. 인천시 제공
인천 앞바다에 추진했던 해상풍력사업이 없었던 일로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국내 최대 규모의 해상풍력발전단지 조성사업을 추진했던 민간사업자는 인·허가 기관의 몽니로 사업 추진을 재검토하고 있으며, 인천시가 추진했던 공공주도 발전사업은 수년간 아무런 진척이 없어 신청조차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민간업체, "예측 어려운 인·허가" 사업 원점 재검토


14일 CBS노컷뉴스의 취재를 종합하면 덴마크 국영 신재생에너지기업 오스테드는 최근 인천 앞바다에 추진했던 해상풍력 발전단지 조성사업에 대해 원점 재검토 중이다. 일부 관할 기관이 별다른 이유 없이 수개월째 관련 허가를 내주지 않기 때문이다.
 
오스테드는 덕적도에서 서쪽으로 30㎞ 이상 떨어진 해역에 풍력발전 시설을 설치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서 발전사업 구역 내 해저지형이 설치에 적합한지 파악하기 위해 지반조사를 해야 하는데 관할 기관인 인천지방해양수산청과 인천 중구, 옹진군 등 3곳에서 관련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들 가운데 인천해수청과 중구는 관련 허가를 내줬지만 옹진군은 인천 중구 영종도와 남동구 연안 등의 지역에 있는 5톤 미만의 소형어선 어민들의 민원이 있다는 이유로 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다. 해당 소형어선 어민들은 어선 1척당 1억원가량의 피해보상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오스테드가 발전사업을 하려는 구역은 해당 소형어선들이 적어도 50㎞ 이상 항해해야 도착할 수 있다. 소형어선들이 해당 사업구역에서 조업을 하기 위해서는 평소보다 2~3배 이상의 연료를 써야 도달할 수 있어 조업 이익이 없다.
 
오스테드는 이미 발전사업 구역에서 실제 조업하고 있는 어민들과 만나 협의체를 구성한 뒤 조사 기간 동안 해당구역에 어구를 설치하지 않는 것에 대한 보상안을 마련한 상태다. 이를 토대로 인천해수청과 중구는 관련 조사를 허가했는데, 옹진군이 보상 대상이 아닌 어민들의 민원을 이유로 보완을 요구하며 수개월째 허가를 내주지 않으면서 이미 수백억 원대의 매몰 비용(선택의 번복 여부와 무관하게 회수할 수 없는 비용)이 발생했다.
 
오스테드는 관할 기관의 공유수면 점·사용 허가가 승인될 것으로 보고 이미 관련 조사를 해외 전문업체에 용역을 의뢰했다. 국내에는 해저지반조사 전문업체가 없어 글로벌기업에 일을 맡겼는데 계획이 틀어지면서 조사비용을 날릴 상황에 처했다. 해저지반조사 전문업체는 세계적으로도 극소수이기 때문에 다음 조사를 하려면 적어도 2년 이상 사업을 중단해야 한다. 게다가 이미 어구를 옮긴 어민들에게는 조사와 여부와 상관없이 관련 보상비용을 지급해야 할 처지다.
 
오스테드 관계자는 "외국기업이지만 덴마크 국영기업이기 때문에 적법한 이유가 없는 사안에 대해 금전적 보상을 하는 것은 정부로부터 횡령 범죄로 간주될 수 있어 할 수 없다"며 "본사가 사업 추진을 가로막는 요소를 인허가 기관의 예측불가능한 재량권 남용이라고 판단하면서 사업을 계속 추진할지 중단할지 고심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인천 해상풍력발전단지 조성 추진 현황도. 빨간 원 지역이 옹진군에 민원을 제기한 소형어선 어민들의 출항 구역. 네모 구역은 오스테드의 해상풍력 발전사업 구역. 노란구역은 인천시가 선정한 공공주도 해상풍력 발전사업 지원단지 입지 구역. 인천시 제공인천 해상풍력발전단지 조성 추진 현황도. 빨간 원 지역이 옹진군에 민원을 제기한 소형어선 어민들의 출항 구역. 네모 구역은 오스테드의 해상풍력 발전사업 구역. 노란구역은 인천시가 선정한 공공주도 해상풍력 발전사업 지원단지 입지 구역. 인천시 제공

역대 최대 규모 해외 투자 유치했다던 인천시 "권한 없다" 방관


오스테드는 이러한 과도한 민원 등 주민수용성 문제에 대해 인천시가 도움을 주기로 업무협약을 맺었지만 인천시도 사실상 손을 놓고 있어 적절한 타개책이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유정복 인천시장은 지난해 2월 오스테드 본사가 있는 덴마크 코펜하겐을 찾아가 '인천시-오스테드 해상풍력 발전사업 및 인천지역 해상풍력산업 기반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인천시가 해상풍력 발전사업과 관련해 업무협약을 맺은 건 오스테드가 유일하다.
 
이 협약을 통해 인천시는 해상풍력 사업과 관련해 지역 수용성 제고와 해상풍력 관련 정책 수립 및 기반시설 구축 등을 행정 지원하기로 약속했다.
 
인천시 관계자는 "해상풍력 발전사업과 관련한 각종 절차에 대한 인·허가권은 기초자치단체와 정부부처에 있다"며 "다른 기관이 지반조사를 할 수 있는 허가를 내줬다고 하더라도 또다른 인·허가 기관인 옹진군이 허가를 내주지 않는 것은 기관의 재량권에 속하는 것이어서 인천시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옹진군 관계자는 "최근 영종도와 인천 연안 지역 소형어선 어민들의 민원이 제기돼 보완을 요구했다"면서도 "해당 민원이 적절한 것인지 인천수협 등 유관기업과 해당 어민들에게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하는 등 앞으로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앞서 오스테드는 2023년 11월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1.6기가와트(GW·1기가와트는 원자력 발전 1기가 1년간 생산할 수 있는 전력량) 규모의 해상풍력 발전단지를 개발할 수 있는 허가권을 취득했다.
 
오스테드는 2030년까지 모두 8조원의 사업비를 들여 인천 덕적도에서 서쪽으로 30㎞ 이상, 인천 연안에서는 직선거리로 70㎞ 떨어진 해역에 발전단지를 건립할 계획이다. 발전단지가 완공되면 인천을 포함한 수도권 약 100만 가구에 청정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다.
 
이는 국내 최대 규모다. 인천시가 역대 유치했던 해외사업 가운데 가장 큰 액수이기도 하다. 인천시는 지난해 이를 외국인 직접투자 유치 실적으로 신고했다. 덴마크 국영기업인 오스테드는 1991년 덴마크 빈데비에 세계 최초의 풍력발전단지를 건설한 이후 영국, 대만 등 세계 여러 곳에서 28개의 해상풍력발전단지를 운영하고 있다.
 
지금까지 인천 앞바다 해상풍력 발전사업을 추진하는 민간업체 가운데 발전사업 허가를 받은 곳은 한국남동발전(640㎿)과 오스테드(1401㎿), C&I레저산업(256㎿), 오션윈즈(1125㎿) 등 4곳 뿐이다. 이들 가운데 한국남동발전과 오스테드, C&I레저산업은 해저 지반조사를 포함한 환경영향평가 단계에서 수년째 사업 진척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오션윈즈는 지난 2월 발전사업 허가를 받았다.
 
지난해 2월 22일(현지시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유정복 인천시장과 토마스 투너 앤더슨 오스테드 이사회 의장이 해상풍력발전 사업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고 있다. 인천시 제공지난해 2월 22일(현지시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유정복 인천시장과 토마스 투너 앤더슨 오스테드 이사회 의장이 해상풍력발전 사업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고 있다. 인천시 제공

공공주도 해상풍력 지원사업도 '4년째 제자리'…특별법 시행으로 폐기 수순


인천시가 4년째 추진하고 공공주도 해상풍력 발전사업도 사실상 폐기 수순을 밟을 전망이다.
 
인천시는 2022년 3월 산업통상자원부가 공모한 '공공주도 대규모 해상풍력단지 개발 지원사업'에 응모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지금까지 관련 사업을 추진해왔다.
 
이 사업은 지자체가 주도해 신재생에너지 집적화단지로 지정받으면 지자체는 인센티브를, 민간발전사업자는 원활한 발전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마련된 제도다. 신재생에너지 집적화단지는 지자체 주도로 입지를 발굴하고 지역주민, 어업인, 지자체 등이 참여하는 민관협의회를 통해 주민수용성을 확보해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을 추진하는 구역이다.
 
직접화단지로 지정되면 지자체는 발전단지 준공 후 최대 0.1의 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가중치를 부여받을 수 있다.
 
REC는 신재생에너지 설비를 활용해 에너지를 공급했음을 증명하는 인증서다. REC는 일종의 탄소배출권거래제에 필요한 거래 단위다. 0.1의 REC 가중치를 지자체를 통해 받는다는 것은 세계 기업 간 탄소배출권 거래 금액의 0.1에 해당하는 금액을 지자체 세수로 확보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인천시는 지난해 8월 이 공모에 선정돼 사전 타당성 검토를 할 수 있는 단계에 접어들었지만 앞으로 해상풍력 발전사업은 정부 주도 계획입지로 전환한다는 내용을 담은 '해상풍력 보급 촉진 및 산업 육성에 관한 특별법'이 지난달 26일 공포되면서 물거품 위기에 놓였다.
 
이 법은 내년 3월 26일부터 시행된다. 즉 인천시는 내년부터 이 사업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게되는 것이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서는 1년 안에 입지 개발, 주민 수용성 확보, 민간사업자 섭외, 관련 인허가 등을 모두 마무리해야 하지만 행정적으로 불가능하다.
 
인천시는 지난해 말이 돼서야 적합입지로 덕적도 남서쪽 42㎞ 거리에 'IC1'(245㎢·1천227㎿), 71㎞ 거리에 'IC2'(163㎢·813㎿), 69㎞ 거리에 'IC3'(146㎢·725㎿) 등 3개 구역을 선정했다. 이들 가운데 IC1과 IC3 해상은 군사훈련지역이 포함돼 있고, IC2는 한국중부발전이 이미 공유수면을 선점했다. 주민수용성 확보는커녕 당장 군사훈련지역에 대한 국방부 협의부터 해야 하는 상황이다.
 
인천시와 비슷한 시기에 같은 사업을 한 전북도는 올해 2월 부안군·고창군 해역에 추진했던 1GW 해상풍력 사업을 직접화단지로 지정받았고, 전남도는 지난해 11월 신안 자은·임자도 일대에 10개 단지 3.2GW 규모의 신안 해상풍력 집적화단지 지정을 산업부에 신청해 현재 심사 중에 있다.
 
인천시 관계자는 "의욕적으로 사업을 추진했지만 담당자가 3명에 불과한 데다 민간 해상풍력 발전사업과 공공주도 사업을 병행하면서 어려움이 많았다"며 "아직 특별법 시행까지 시간이 있어 입지 선정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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