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7대 교황 로버트 프랜시스 프레보스트. 연합뉴스제267대 교황으로 선출된 레오 14세, 로버트 프랜시스 프레보스트 추기경은 가톨릭 교회 역사상 첫 미국 출신 교황이다. 그는 미국 시카고에서 태어났지만, 사제 서품 이후 페루 시민권을 얻고 빈민가에서 20년 넘게 사목활동을 해왔다.
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레오 14세는 개혁파 전임자인 프란치스코 교황의 측근으로 분류되지만, 신학적으로는 중도적 성향으로 알려져 교회 내 개혁파와 보수파 사이에서 균형을 잡을 수 있는 인물로 평가된다.
시카고에서 프랑스·이탈리아계 교리교사였던 아버지와 스페인계 도서관 직원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어린 시절부터 성당 복사로 활동하며 교회와 가까운 환경에서 자랐다. 아우구스티노 수도회에 입회한 뒤 교황청립 안젤리쿰 대학교에서 교회법 박사 학위를 받았고, 1982년 로마에서 사제 서품을 받았다.
신학 외에도 그는 펜실베이니아주의 빌라노바대학교에서 수학을 전공했다. 이후 남미 페루 북서부의 추루카나스 교구에서 10년간 사목했다. 2001년부터는 12년간 아우구스티노 수도회 총장직을 맡으며 국제적인 교회 운영 경험을 쌓았다.
프란치스코 당시 교황은 2014년 그를 페루 치클라요 교구의 주교로 임명했고, 2023년에는 바티칸으로 불러 추기경 서임과 함께 교황청 라틴아메리카 위원회 위원장, 그리고 주교 인사 업무를 총괄하는 주교부 장관에 임명했다. 레오 14세는 영어,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이탈리아어, 프랑스어 등 5개 언어에 능통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제267대 교황 로버트 프랜시스 프레보스트. 연합뉴스
온건한 성품과 가난한 이웃에 대한 헌신은 전임 교황과 닮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로 그는 지난해 10월 바티칸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주교는 자신만의 왕국에 머무는 작은 왕자가 되어선 안 된다"며 "사람들에게 다가가 함께 걷고, 고통을 함께 나눠야 한다"고 말했다. 또 주교 선출 심사기구에 여성 위원을 추가하는 등 교황청 개혁에도 적극 참여한 인물로 꼽힌다.
과거 가톨릭 교회에서는 미국 출신 교황의 선출을 경계하는 분위기가 있었기 때문에 레오 14세는 유력한 교황 후보로는 거론되지 않았다. 하지만 페루 등 남미를 거점으로 활동한 점, 국제적인 경험에 더해 그의 온화한 성품 등이 높이 평가된 것으로 보인다.
BBC는 그에 대해 "서로 다른 세계에 다리를 놓을 수 있는 인물"이라 평가하며 "단 4번의 투표로 선출됐다는 점은 추기경단이 그 가능성에 공감했음을 보여준다"고 보도했다.
한편 레오 14세는 2027년 한국을 방문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성사될 경우, 그는 역대 세 번째로 한국을 찾는 교황이자, 교황의 네 번째 방한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