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후 안산 화랑유원지에서 열린 세월호참사 11주기 기억식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추도사 낭독을 하고 있다. 경기도 제공더불어민주당 대권 주자인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세월호 참사 11주기 기억식에서 "올해도 작년처럼 맨 앞줄 가운데 자리가 비어 있다"며 윤석열 전 대통령 정부에서 비롯된 국민 생명·안전에 대한 국가의 소극적 태도를 지적했다.
16일 김 지사는 이날 안산시 화랑유원지에서 열린 기억식에 참석해 추도사를 마무리하던 중 객석 앞 줄 중앙에 비어 있는 의자를 바라보며 이 같이 밝혔다.
빈의자에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문구가 적힌 흰 종이가 붙어 있었다.
김 지사가 윤정부에서 세월호 참사 등 국민의 안전과 생명이 걸린 사안들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아온 점을 직격한 것이다.
김 지사는 얼마 전 개봉한 영화 <침몰 10년, 제로썸>이 던진 '당신의 세월호는 끝났습니까'라는 질문을 소개하면서 "다시 한번 우리 스스로에게 그 질문을 던져본다"며 "당신의 세월호는 끝났느냐"고 청중을 향해 물었다.
이어 "생명과 안전의 가치가 무시되는 사회, 끝났느냐. 무너진 민주주의의 회복과 완성, 끝났느냐"며 "헌정 질서를 파괴한 자들에 대한 단죄, 끝났느냐. 경제 위기와 민생의 어려움, 끝났느냐"고 따졌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질문이고, 우리 모두가 함께 답을 찾아야 할 숙제"라며 "어떤 분이 대통령이 되시든 내년 12주기에는 저 가운데 자리를 채워주셨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끝으로 김 지사는 "유가족과 함께 고통을 나누고, 눈물 흘려주고, 위로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약속을 하는 새 대통령은 내년에는 전열 맨 앞자리 가운데에 앉아서 우리 국민과 함께 공감하고 함께 했으면 좋겠다"며 "세월호에서, 세월호와 함께 답을 찾아야 한다. 끝까지 잊지 않겠다. 304명 한 사람 한 사람 이름을 마음 속으로 불러본다"고 유족들을 위로했다.
이날 추도사에서 김 지사는 희생된 안산 단원고등학교 학생들에 대한 얘기를 하면서 잠시 울먹이기도 했다.
또한 세월호 참사 유족들이 펴낸 <책임을 묻다>라는 책을 소개하면서는 "세월호 참사 당시 박근혜 정부처럼 윤석열 정부는 이태원 참사의 진상규명을 가로막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최후가 윤석열 정부의 미래가 될 것이다. 진실을 감추는 자들이 침몰할 뿐, 진실은 결코 침몰하지 않는다"는 서문 내용을 읊었다.
이와 관련해 그는 "유가족들이 맞았다. 결국 그들이 침몰했다"며 "국민 생명과 안전을 지키지 않은 정권, 진실을 가리고 책임을 회피하는 데에만 급급했던 두 정권의 끝은 '파면'이었다"고 주장했다.
지난 2023년 4월 이태원참사의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10·29 진실버스'가 전국 순회 마지막 날 경기도 수원시를 찾은 가운데, 현장에 온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유가족들을 끌어안고 울고 있다. 박창주 기자그간 김동연 지사는 다수 희생자가 발생한 참사 현장과 유족들을 찾아다니며 애도하는 데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이태원 참사 이후 여러 번 유족 단체를 만나 손을 맞잡는가 하면, 폭우 속에 수원지역을 방문한 '진실버스' 행사에도 참석해 내빈 발언 기회를 마다하고 대신 유족들을 끌어안았다. 제주항공 참사 현장에서도 일반 조문객 행렬에 서서 추모에 동참했다.
김 지사 자신도 과거 지병으로 인해 아들을 잃은 슬픔을 지녔다는 점에서, 국민들의 상처에 대한 '공감 정치' 행보로 풀이된다.
이태원 참사 직후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한 참모진이 공식 사과에 인색한 태도를 보인 것은 물론, 정부 측이 '참사와 사고' 표현에 관한 논란을 자초했던 것과 대비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