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취임날, 대법관 증원 속도…개혁 신호탄에 사법부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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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 취임 첫날 사법개혁 '신호탄'
'대법관 수 14명→30명' 법사소위서 처리
긴장 속 내부 우려 "신중한 검토 있었어야"
"상고심 개선 위해서? 상고허가제 등 방안도"
전원합의체 기능 마비·예산 등 현실 문제도

이재명 제21대 대통령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 홀에서 취임선서식을 마친 뒤 조희대 대법원장과 인사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이재명 제21대 대통령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 홀에서 취임선서식을 마친 뒤 조희대 대법원장과 인사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한 당일, 더불어민주당은 '대법관 증원법' 처리를 추진하며 사법개혁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개혁 추진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게 전개되자 사법부 내부에선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당초 민주당이 계획했던 전체회의 의결까지 이뤄지지는 않았지만, 사법부에 대한 충분한 '경고'가 됐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국회 법사위는 4일 법안심사1소위를 열어 현재 14명인 대법관 수를 30명으로 늘리는 내용을 담은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통상 대법관 4명이 대법원 소부 하나를 구성한다. '30명 증원'을 따를 때 기존 3개인 대법원 소부가 12개까지 4배나 늘어나는 셈이다.
 
전날 소위에서는 대법관 정원을 30명으로 확대하는 민주당 김용민 의원의 개정안과 100명으로 늘리는 민주당 장경태 의원의 개정안이 상정돼 병합 심사됐다. 다만 민주당 내부에서도 반론이 나오면서 법안 공포 후 1년간 시행을 유예하고, 1년에 4명씩 총 4년간 16명을 늘리는 내용을 부칙으로 담아 통과시켰다. 민주당은 당초 소위 이후 곧바로 전체회의까지 열어 개정안을 처리할 방침이었지만, 전체회의는 열지 않았다.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면서 법원행정처 배형원 차장이 소위에 출석해 상고심 제도 등 사법제도 전반에 대한 논의와 함께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우려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배 차장은 사건 적체 등을 이유로 삼아 상고심의 전체 심리 구조에 대한 이해 없이 '대법관 증원' 문제만을 분리해 접근해선 안 된다는 뜻을 전했다고 한다.

대법관 증원은 해묵은 논쟁 거리이기도 하다. 증원 필요성 자체에는 일부 공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표적인 이유는 '업무 과중'이다. 대법관 한 명이 감당하기 어려운 양의 사건을 처리하다 보니, 사건을 심도 있게 보기 위해선 증원이 필요하다는 시각이다.
 
다만 전체 사법 체계와 연결된 문제인 만큼 여전히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상당하다. 특히 새 대통령 임기 첫날부터 대법관 증원이 논의되자, 법원 내부에서는 '속도가 빨라도 너무 빠르다'라는 우려가 나온다. 수도권의 한 부장판사는 "대법관 증원은 모든 사법 제도와 연결된 문제다. 신중히 검토해 (증원) 인원을 도출해야 했다"며 "무작정 대법관을 30명까지 늘리겠다는 식으로 간다면 '미봉책'에 불과할 뿐이다"라고 말했다. '30명'이란 대법원 증원 숫자를 두고도 근거에 대한 의구심이 나오는 상황이다.
 
또 다른 판사는 "(대법관 증원이) 대통령 공약 중 가장 시급한 문제인지는 의문"이라며 "상고심 개선이 이유라면 상고 필요성을 심사하는 상고허가제 도입이나 상고 법안 등 다양한 방안들이 있다. 이런 논의에 대해선 충분한 고심이 없었다"라고 짚었다.

이 대통령은 공약집에서 '내란극복과 민주주의 회복'의 하위 범주로 "사법개혁을 완수하겠다"며 사법개혁 방안을 나열했다. 국민의 상고심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겠다며 △대법관 증원과 △전원합의체 변론 공개 확대를 내세웠지만 사실상 사법부 압박에 무게가 실려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법조계에선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파기환송 판결 직후 개정안이 나온 만큼 '사법부 흔들기' 차원이란 시각도 여전하다. 대법관 1명이 연간 처리해야 하는 사건 수가 수천 건에 달하다 보니 법관 수를 늘려야 한다는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정치적 맥락에서 나온 무리한 입법이라는 비판이다.

당장 "30명 대법관이 업무 볼 공간은 충분한지"와 같은 현실적인 우려도 나온다. 대법관 증원과 맞물려 재판연구관 증원, 사무실·의전 차량 등 예산 문제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지만, 이런 논의는 빠져 있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대법관이 30명으로 늘어날 경우, 전원합의체의 기능이 상실될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대법원은 기존 판례를 바꾸거나 공공의 이해와 관련된 최종 판단이 필요할 때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넘겨 심리한다. 한 부장판사는 "대법관들이 모여 실질적 합의가 이뤄질 것 같지 않다. 전원합의체 기능이 사실상 무력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회적 이해충돌과 갈등 대립을 해소하기 위한 대법원의 핵심 기능이 마비될 것이란 우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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